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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사건과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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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사건과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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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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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간 '돈봉투 만찬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함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한 만큼 신속하고 엄정하게 감찰 조사를 진행한다는 큰 틀의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 공무원 및 검사의 비위를 파헤치는 감찰 조직으로 법무부는 감찰관실을, 대검은 감찰본부를 각각 두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가 협의해 신속히 계획을 수립한 뒤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해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업무 지시라는 무게감과 사안의 중대함 등을 고려해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 아래 대규모 단일 감찰 조직이 꾸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감찰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와 맞물려 이번 사태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개혁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인적쇄신 및 기강 잡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법무부나 대검에 감찰을 지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현재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개혁의 사전정지 작업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나. 감찰 결과에 따라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은, 얼마나 검찰이 특권의식에 함몰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식을 한 이유부터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를 종료하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간부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니 말이다. 이영렬 중앙지검장이 본부장을 맡았던 검찰 특수본은 적어도 이 사건에 관한 한 수사를 잘했다고 할 수 없다. 다른 건 다 접어두고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을 불구속 기소한 것만 갖고도 그런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 무섭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조사실에서 우 전 수석이 검사들 앞에 팔짱 끼고 앉아 있던 사진 한 장이면 모든 것을 웅변하고도 남는다. 법원이 우 수석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사유는 한마디로 '수사부실'이었다. 그런데 그 특수본 본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수사팀의 무엇을 위로하고 격려금까지 나눠준 것인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론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두 기관 모두 '우리 관행인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법무부는 돈봉투에 대해 '주요 수사가 끝나 수사비 지원 차원에서 집행한 것이고 종종 있는 일'이라고 태연히 해명했다. 그러니 인터넷 등에 비난 여론이 비등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이번 감찰 지시에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언론에 터지자마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스로 정리하는 쪽으로 나왔으면 이런 망신은 모면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몸에 밴 퇴행적 조직논리와 엘리트의식이 오판과 실기를 유발하지 않았나 싶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정치 검찰'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지 않아도 조국 민정수석의 발탁은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조 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 등에 대한 전 정권 민정수석실의 일 처리를 우선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은 어차피 오게 돼 있는 '개혁 쓰나미'에 검찰 스스로 몸을 던진 결과가 됐다. 다소 애매했던 개혁 착수 타이밍을 조 수석한테 만들어준 의미도 있다. 온 국민의 비난을 받을 만한 추태를 스스로 벌여, 검찰 개혁의 명분과 당위성을 한껏 살려준 셈이니 말이다. 이번 사건에 얽힌 검찰 간부들은 조직 내부에도 고개를 들기가 민망해졌다. 하여튼 결론은 검찰 개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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