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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정현이 보여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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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정현이 보여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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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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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58위·한국체대)이 메이저 대회 4강 진출 쾌거를 이뤘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10일째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3-0(6-4 7-6<7-5> 6-3)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22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30위 안쪽으로 진입, 이형택(42)이 보유한 한국인 역대 최고 순위 36위도 경신했다. 4강 진출 상금 88만 호주달러(7억5000만원)를 확보한 정현은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맞붙게 됐다. 정현이 페더러와 경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현과 페더러의 준결승은 26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에 시작된다. 정현은 1세트 게임스코어 1-1에서 샌드그렌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3-1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히 지키며 1세트를 6-4로 따낸 정현은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2-0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도미니크 팀(5위·오스트리아), 스탄 바브링카(8위·스위스)를 연파하며 기세를 올린 샌드그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정현의 서브 게임을 두 차례나 브레이크하며 게임스코어 5-3으로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정현은 곧바로 샌드그렌의 서브 게임을 빼앗아 승부를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는 4-5에서 연달아 3포인트를 따내 2-0을 만들었다. 특히 타이브레이크 점수 2-2에서 나온 정현의 절묘한 백핸드 발리 위너는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운 1만 5천여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2세트 고비를 넘긴 정현은 3세트 게임스코어 2-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샌드그렌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결국 2시간 29분 만에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정현의 이번 호주오픈 4강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이 4강에 오른 것에 못지않다. 지금까지 한국 테니스의 메이저 대회 성적은 16강 진출이 최고였다. 1981년 US 오픈 여자 단식에서 이덕희가, 2000년과 2007년 같은 대회 남자단식에서 이형택이 각각 16강에 올랐다. 2013년 세계랭킹 772위에 불과했던 정현이 불과 4년 만에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의 신화를 쓰기까지 얼마나 힘든 길을 달려왔는지 짐작이 간다. 세계 주요 언론들도 정현의 4강 진출을 극찬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정현이 역사를 새로 썼다(Chung makes history)"는 제목을 뽑았고, AP통신은 "만 21세인 정현은 2010년 마린 칠리치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호주오픈 4강에 진출했다"고 타전했다.


정현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한국 테니스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데 그치지 않고 스포츠 이상의 감동을 안겨줬다. 이날 SNS에는 정현의 쾌거를 축하하는 글이 쇄도했다. 무엇보다 정현은 한국 청년의 도전정신과 강인한 체력, 세련된 매너와 국제 감각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현은 8강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니 계속 응원해 달라. 금요일에 뵙겠다"며 일찌감치 4강전에 대한 투지를 다졌다. 지난 22일 조코비치를 꺾은 뒤 인터뷰에서도 "어릴 적 우상인 조코비치를 모방했다"며 패자를 추켜세우는 겸손함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정현은 '3세트에서 추격을 허용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말에 "나는 조코비치보다 어리다. 2시간 더 경기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패한 조코비치가 기자들에게 "오늘 내 부상에 관해 얘기하지 마라. 그것은 정현의 승리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할 정도로 경기 외적인 성숙함을 보였다. 우리 20∼30대는 유능하고 능력 있는 세대로 평가받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으로 능력 발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고도 약시였던 정현이 무거운 핸디캡을 극복하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쓴 것은 끝까지 꿈과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면 언젠가는 희망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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