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안전이 정착된 나라
상태바
안전이 정착된 나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1.28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승필 지방부국장

“안전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가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되겠습니다.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 이제 끝내야 합니다.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전(前) 정부의 세월호 사고 부실 대처를 강하게 비판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처럼 국민들에게 ‘안전이 정착된 나라’를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지난 23일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동안의 업무보고 등을 통해 국민생명과 관련, OECD 평균대비 가장 취약한 3대지표인 자살·교통사고·산재사고 사망률의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5년간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국무조정실은 국민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대책의 이행실태를 상시 점검·관리하고, 점검 결과 문제점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 등에 상정, 지속 보완해 가면서 내실 있게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문 대통령과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민생명 지키기 프로젝트를 마련, 추진 의지를 보였으나 대형 참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이 구호로만 그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와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화재참사로 29명이 숨진데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참사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국민들은 연초부터 큰 충격에 빠졌다.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 마련된 탕비실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날 화재로 요양병원 환자와 병원 의사 및 간호사 등 37명이 숨졌으나 하루 뒤인 27일 화재로 중사을 입은 문모(46·여)씨가 끝내 숨지면서 화재참사에 따른 사망자는 모두 38명으로 늘었다. 또, 중상 9명, 경상 142명 등 총 부상자는 151명이 이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7시32분께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현장은 이미 짙은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구조대원들은 2층 창문을 통해 병원 내에 있던 환자 등을 구조했다.
 
불은 발생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26분께 모두 진화했다. 불은 건물 1층을 주로 태웠으나 나머지 층에서는 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1층 응급실과 2층 병실에 있던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거나 거동불편 환자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소방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이번 화재가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가운데 사상자 숫자 면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은 무엇보다 병원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지 못한 허술한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번 화재도 그 동안 발생한 다른 화재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반복된 ‘인재(人災)’다.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당 병원은 의료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면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 100명 이상이 입원하고, 5층짜리로 지어진 의료시설임에도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화재예방과 초기진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 화재 이후 달라진 게 없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시행령에서 근린생활시설(세종병원은 건축법상 1종 근린시설)은 연면적 5000㎡이상이거나 수용인원이 500명 이상일 때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세종병원은 연면적이 1489㎡로, 이 기준에 미달한다.

수용 인원도 시행령에 명시된 산정방법을 적용하면 496명으로, 기준을 벗어난다.

지난 2014명 5월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이후 요양병원 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그 전에 지어진 병원은 오는 6월30일까지만 갖추면 된다.

이번 화재가 전남 요양병원 화재와 비슷한 점은 당시 화재 이후 병원 내 환자복이나 매트리스 등을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변한 게 없다.

당시 소방대원들이 4분 만에 요양병원에 도착해 신속히 진화했으나 침대 매트리스나 쌓아 둔 입원복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신속히 불길을 잡았으나 병원 내 매트리스 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때문에 침대커버 등이 난연섬유였다면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행 소방법은 의료기관의 경우 커튼 류만 난연섬유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처럼 환자복까지 난연섬유 사용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놓다.
 
문 대통령은 27일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찾아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또 마음이 아프다.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런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고령·중환자가 많이 희생된 것에 대해 “요양병원과 성격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일반병원이라는 이유로 방재지설 규제가 다른 것이 문제”라며 “건물 면적이 아니라 이용자에 따라 안전리 의무를 부과하는 등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 이후 한달 동안 소방 관련 법안이 13개나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해당 법안은 소방기본법 개정안,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다. 이는 제천 참사 이후 지적된 문제들을 보완하는 법안들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이 선택한 첫 번째가 ‘안전이 정착된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