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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소송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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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소송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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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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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과정을 문제 삼아 이란의 다야니 측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우리 측이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국제 중재판정부가 지난 6일 우리 정부에 대해 이란 다야니가 청구한 금액 935억원 중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7일 밝혔다. 다야니는 자신들이 소유한 엔텍합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를 인수·합병(M&A)하려던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상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며 2015년 9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2010년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일렉을 파는 과정에서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그해 11월 본계약을 체결한 뒤 인수금액의 10%인 578억원을 계약보증금으로 받았지만 2011년 5월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당시에는 엔텍합이 인수대금 인하를 요구하며 대금지급기일을 넘겨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엔텍합은 그 후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1년 11월 대우일렉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되 엔텍합은 대우일렉의 외상물품대금 3000만 달러를 갚으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우일렉은 2013년 동부그룹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다야니는 보증금과 보증금에 대한 이자 등 935억원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규칙에 따라 2015년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지난 6일 중재판정부는 캠코가 대한민국 정부의 국가기관으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약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번 국제소송에서 왜 패소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다야니 측이 계약을 위반해서 캠코가 계약금을 몰수했다는데, 이 당연한 조치가 왜 잘못됐다는 판정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번 소송을 총괄한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모두가 함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취소소송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패소 이유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캠코도 당시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다고만 답변하고 있다.


납세자인 국민은 왜 패소했는지를 알아야 할 권리를 갖고 있고, 정부는 이에 관해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출처가 없는 이런저런 이야기들만 퍼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소송의 패소 이유를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이런 국제소송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늦추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면서 5조원의 배상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손실을 봤다면서 ISD를 추진하고 있다. 엘리엇은 7000억원 이상의 배상을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런 국제소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제적 투자와 거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송에서 다시는 패소하지 않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 모두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의 제도와 법규에 허점은 없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가능한 한 신속히 당시의 매각 과정과 다야니 측이 문제 삼은 대목, 국제 중재재판에서 패소한 이유, 앞으로의 개괄적인 계획 등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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