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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문화재 관리 소홀함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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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문화재 관리 소홀함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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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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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넘게 우리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지킨 종합승원을 묶은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하 '한국의 산사') 7곳이 모두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회의에서 한국이 신청한 한국의 산사를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 우리나라가 등재 신청한 한국의 산사는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로 구성된다. 앞서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한국이 신청한 7곳 중 통도사와 부석사, 법주사와 대흥사 네 곳만 '등재 권고'하면서 나머지 세 군데는 '보류'할 것을 제안했다. 이코모스는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 곳을 등재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이들 7곳을 모두 합쳐야 유산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난다"면서 한국이 신청한 7곳 모두를 한데 합쳐 세계유산에 등재했다.


우리 정부는 이코모스 심사 결과가 알려진 뒤 7개 사찰을 한꺼번에 등재하기 위해 세계유산위원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섭을 벌였으며, 중국을 비롯한 위원국이 모두 이에 동의하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한국의 산사는 7∼9세기 창건된 이후 신앙·수도·생활의 기능을 유지한 종합승원이라는 점에서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다. 또 개별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 계획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건물 관리 방안, 종합 정비 계획, 앞으로 늘어날 관광 수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사찰 내 건축물을 지을 때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이제 우리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세계유산 13건을 보유하게 됐다. 기쁘고 반갑다. 다만 우리의 문화재 보호 실태나 시민 의식 수준을 생각할 때 이 유산들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한국 문화재나 자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처음 등재된 것은 1995년이다. 이후 문화·자연 유산에 국민이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덕분에 문화재와 자연환경 보존과 관리가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문화재가 많다. 남대문 방화의 악몽이 생생하다. 세계유산 등재에는 열심이면서, 막상 등재되고 나면 보존과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선양해야 할 가치로 보기보다 돈벌이나 홍보 소재로 삼으려는 경향도 엿보인다. 관광객 유치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 홍보 목적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사례도 있었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으면 국민은 물론 외국인의 관심도 커져 관광객이 늘어난다. 이를 계기로 지자체나 주민들이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다만, 유산 보호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경제적 목적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그 유산을 원형대로 잘 보존하라는 뜻이다. 유네스코는 유산 훼손 행위를 경계할 뿐 아니라 문화재의 인위적인 복원에도 반대한다. 이번에도 유네스코는 늘어날 관광객에 대응할 방안을 찾고 산사 안에 건물을 지을 때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하라고 했다. 강력한 보존 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통도사 등 7개 고찰은 신앙, 수도, 생활이 이루어진 종합 승원이었기 때문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번 등재는 절 경내 유형문화재뿐 아니라 우리 불교가 쌓아온 무형의 가치에도 눈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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