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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팀 끝까지 최선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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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검팀 끝까지 최선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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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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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익범 특별검사팀이 '30일 기간연장'을 스스로 포기하고 25일 수사를 종료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재판에 넘기고 혐의를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22일 브리핑을 열고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봐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그간의 진상규명 정도와 증거수집을 비롯한 수사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정리를 거쳐 27일 오후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특검법은 특검이 1차 기간 60일 동안 수사를 마치지 못했거나 기소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30일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999년 이래 13번의 특검 중 스스로 기간연장을 포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결정에는 허 특검의 의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내에서는 추가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구성원도 있었지만 이미 확보한 증거로도 공소유지를 할 수 있다는 허 특검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27일 60일간의 공식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은 그간 '드루킹' 김동원씨의 일당이 벌인 8000여만건의 댓글 조작 행위의 전모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또 여권 인사들이 드루킹과 어떤 경위로 관계를 맺게 됐고 이에 불법성은 없었는지 등도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 결과 특검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댓글조작을 지시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검이 수사력을 쏟아부은 끝에 청구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법원에서 기각되며 수사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법조계에서는 드루킹의 불법 정치자금 공여 의혹을 수사하던 중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예기치 못하게 사망하며 '곁가지 수사' 논란이 인 점도 이날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거로 본다. 또 수사가 진행될수록 거세지는 여권의 '정치 특검'이라는 비판 역시 수사 활동을 조기 종료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수사 기간 연장을 포기한 특검팀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검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조작을 암묵적으로 지시했거나 묵인했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 지사 구속영장 기각에 특검팀은 '정치 특검'이란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예기치 못한 죽음도 특검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결국 특검팀이 수사 기간을 연장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이렇게 된 데는 검·경의 부실수사로 인해 사전에 인멸된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웠다는 점과 특검 출범 이후 줄곧 이어진 정치권의 압박과 견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특검팀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무엇보다 특검팀이 드루킹 김씨의 공범으로 판단한 김 지사의 구속영장은 물론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후보로 청탁했다는 도모 변호사의 영장까지 기각됐다는 점에서 특검팀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볼 수 있다. 특검팀이 드루킹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 너무 의존한 것 아니냐는 말이 특검팀 주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흘려듣지 말기를 바란다. 역대 특검 중에서 수사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특검은 몇 안 된다. 매번 '특검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허익범 특검팀이 사흘 후 수사를 종료하지만 기소한 이들의 재판에 대비해 공소유지 등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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