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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진압' 교훈으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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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진압' 교훈으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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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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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파업농성에 대한 경찰 진압을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최종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압작전을 총지휘한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청와대와 직접 접촉해 작전을 승인받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쌍용차 노조 파업농성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경찰청에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노사협상 결렬에 대비해 파업농성 강제진압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진압 계획은 사측과 긴밀한 협조를 거쳐 수립됐다고 조사위는 판단했다.


당시 경기청은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 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조치, 체포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등 상세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경기청 소속 경찰관 50명으로 구성된 '인터넷 대응팀'을 만들어 온라인에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올렸고, 오프라인에서도 당시 시위용품 사진 등을 전시하는 등 여론전에도 나섰다. 이어 그해 8월 4∼5일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이뤄진 강제진압 작전은 당시 경기청이 상급기관인 경찰청을 뛰어넘어 이명박 정부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과 직접 접촉해 최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여전히 노사협상 여지가 있어 시간을 더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강제진압에 반대했으나 조현오 당시 경기청장은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청와대로부터 직접 작전을 승인받았다. 강희락 전 청장은 8월 4일 경찰병력이 쌍용차 공장에 대규모로 진입할 당시 경기경찰청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보고받지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본청과 경기청 간 의견 대립, 청와대 승인 등은 강희락 전 청장과 조현오 전 경기청장 등 관련자 진술에서 확인됐다고 조사위는 전했다. 경찰은 강제진압 당시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했고, '바람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헬리콥터를 저공 비행시켜 하강풍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노조원 해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이 농성 대응 과정에서 헬기에 물탱크를 장착해 최루액을 섞은 물 약 20만ℓ를 공중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혼합살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최루액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다. 조사위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에 쓰여야 할 대테러장비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한 점, 시위를 해산하려고 헬기로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이 같은 위법행위에는 직권남용,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쌍용차 파업 진압'은 경찰이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안이다. 노사 자율의 원칙으로 해결돼야 할 노동쟁의에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동원할 경우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진상조사위의 권고대로 공식적인 사과 방안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건도 적극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시위대의 폭력성에 원인이 있는 경우도 많다. '쌍용차 파업 진압' 진상 조사를 계기로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할 때 과격·폭력시위로부터 진압 경찰을 어떻게 보호할지 등 대응 매뉴얼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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