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과잉생산으로 인한 농민들의 산지폐기가 올해도 되풀이 되며 농민들을 울리고 있다.
대표적 겨울 채소인 무와 양배추가 과잉 생산돼 농민들 스스로 가격폭락을 막기 위해 전체 생산량의 10% 이상 산지폐기에 나섰지만 떨어지는 가격을 붙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28일 무(상품 기준)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20㎏ 한 상자가 7천401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월 27일 평균가격(1만278원)에 비해 약 28%나 떨어진 가격이다.
월동무를 재배하는 제주의 185개 농가는 이달에만 무 1만5천353t을 산지에서 폐기했다. 무 한 개를 5㎏으로 가정하면 300만개 이상을 밭에서 갈아버린 셈이다.
농민들은 당초 7천t 정도를 폐기하기로 했으나 가격 지지를 위해 폐기 물량을 계획보다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양배추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28일 양배추(8㎏ 그물망, 상품 기준)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4천332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월 27일 평균가격(6천465원)에 비해 약 33%나 떨어진 가격이다.
양배추를 재배하는 제주 농가들은 이달 말까지 9천t을 목표로 산지에서 양배추를 폐기하고 있지만, 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폐기 대상 9천t은 양배추 한 개를 3㎏으로 가정했을 때 300만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농민들은 생산자조직이 주도하는 산지 자율폐기만으로 가격 폭락을 저지하기 힘들다며 정부나 제주도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28일 성명서를 내 채소가격 안정제의 사업 물량 확대와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실시를 정부에 요구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되풀이 되는 '풍년의 역설'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조절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작물별 생산자 단체의 조직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