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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관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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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관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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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지만, 그만큼 인사는 쉽지 않다. 민주화 이후 부적절한 인사로 인해 비판받지 않은 정부가 없다. 그런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현 정부에서도 인사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매우 중요한 권한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모든 권한이 그렇듯이 대통령의 인사권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며, 이를 위해 총리와 장관 등의 임명권이 헌법상 인정된다.

이에 인사 실패로 국정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책임은 장관 또는 총리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인사권자로서 함께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청와대에서 고위공직 후보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을 거쳐야 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혹시라도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부분을 다시 걸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검증이 부실하다는 비판, 인사청문회가 유명무실하다는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가나 공공을 위해 복무하는 공직(公職)은 결코 사사로움이 개입돼선 안되 자리다. 이 때문에 공직은 강직(剛直)을 수반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장관후보자들의 각종 비리 의혹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공직자의 갑질이 이 정도일 줄이야…’라는 탄식도 터져나오고 있어 자칫 가볍게 보아넘겼다간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자초할 수도 있다.

권력자들에게 인재를 구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어떤 인재를 쓰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흔히들 인재 등용 사례는 유비의 제갈량이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그의 집을 세 번 찾았다는 삼고초려의 고사는 잘 알려져 있다.

‘3·8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 내 이른바 ‘재개발 딱지’ 투자로 2년 만에 16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복 입고 하는 쇼’, ’감염된 좀비’, ‘씹다 버린 껌’ 등의 막말을 일삼아온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과연 장관으로서의 품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4명이 다주택자다. 4채를 보유한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농촌 지역에 10개월 위장 전입을 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꼼수 증여’ 논란은 납득하기 힘들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발표된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 인사는 한계를 넘는다. 분당과 잠실, 세종시에 똘똘한 아파트를 3채나 가진 다주택자를 “주택시장의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주거복지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발표한 청와대도 낯이 보통 무감각해진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 장관 후보자는 2006년 부인이 서울 창신동의 ‘쪽방촌 딱지’를 샀다가 자진사퇴해야 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에 매달리던 2006년 고위공직자가 투기를 했다는 사실에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며 맹비난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결정타를 날린 의원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그래도 보수정부에서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는 없었다. 더구나 최근 서울의 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지방 중소아파트까지 마구잡이로 대폭 올린 공동주택 공시 예정가격이 발표됐다. 국민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동산문제, 세금폭탄에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온몸으로 불을 지른 형국이다.

최 후보자는 지난달 장관 인사 검증에 들어가자 살고 있는 분당 아파트(84.78m²)를 장녀 부부에게 절반씩 쪼개 증여한 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6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하고 그 집에서 그냥 사는 절세의 묘수를 보였다. 정부가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겠다고 보유세를 올리고 다주택자 가산세까지 물린다는데 주무부처 장관 될 사람이 꼼수로 피해간 것이다.

정치인 출신 국토부 장관이 “계속 오르는 집값을 이대로 두면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없다”며 사는 집 아니면 좀 파시라고 강조한 게 2017년 8월이었다. 작년까지 전북 정무부지사이던 최 후보자는 한 번도 살지 않은 잠실엘스(59.97m²)가 13억 원을 오르내리는데도 팔지 않았다. 2016년 말 공무원 특별분양받은 복층 펜트하우스는 완공도 안 됐는데 웃돈이 7억 원 넘게 붙어 공무원 아닌 국민을 배 아프게 한다.

그런 사람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화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건 소나 웃기는 일이다. 집 가진 사람들은 되레 강남, 분당, 세종시 똘똘한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이고, 보유세나 거래세는 필시 내릴 것이라며 반색을 한다. 쪼개 증여하면 세 부담이 줄어드는 세(稅)테크까지 알려줘 고맙다는 사람도 있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이지만 그에 앞서 헌법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라고 준엄하게 규정하고 있다. 헌법 7조는 공무원에 대한 내용을 정하고 있다. 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관의 눈에 국민이 안 보이고 대통령과 대통령의 생각만 보이면 이렇게 헛발질을 하는 것이다. 과거엔 훌륭한 장관들이 많았다. 작고한 남덕우 김재익 강봉균 전 장관을 위시해 생존해 있으면서 국정에 일갈하는 진념 이헌재 윤증현 같은 분들이다.

장관은 국정의 중요한 분야를 공직자들을 데리고 국가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책임자다. 대통령이 모든 걸 알 수 없으니 권한을 위임하고 또한 장관은 포퓰리스트들에 휘둘리지 않는 혼과 포부가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남편을 왕으로 대접하라, 그러면 남편은 그대를 여왕처럼 모실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구절이 생각난다. 남편을 국민으로 바꾸면 될 것이다. 장관의 품격은 알아서 하기 나름이다.

투기꾼 뺨치는 장관 후보자의 신출귀몰 재테크를 볼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질, 자격이 의심된 후보자는 청문회 때 걸러내야 한다. 감동 없는 개각이란 평가가 지배적인데 실망스럽다.

덧붙여 청렴은 인사청문을 받는 고위공직자에게만 해당되는 덕목이 아니다. 공직자는 국가를 위해 봉직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국민의 존경심을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닌가. 모든 공직자가 목민심서를 가까이 두고 익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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