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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소나무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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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소나무 에이즈’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03.1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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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이로움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숲은 자연 자원의 곳간이자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공장이다. 물을 저장해 둘 수 있는 거대한 녹색 댐이고, 소음과 바람을 막아주는 방음 방풍의 역할과 여러 재해를 방지해주며,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그러하기에 숲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고이 전해줘야 할 고귀한 유산이다. ‘국어 주어(國語 周語)’는 “만약 나무가 다 베어지면 수풀이 없어지고 연못이 마르며, 백성들의 노력이 시들어, 논밭마저 황폐해진다”며 “자원이 결핍되면 군자가 어찌 즐거워하며 편안할 수 있겠는가(資用乏? 君子何樂)”라고 반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숲을 이루는 나무 중 가장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나무는 무엇일까. 소나무다. 소나무로 기둥하고 대들보 올린 집에서 태어나고 태어난 아기를 위해 솔가지를 매단 금줄을 쳐서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걸 막았다. 소나무 장작불로 지은 밥을 해 먹었으며 그 불로 온돌을 따뜻하게 해서 살았다.송판(松板)으로 가구를 만들었으며, 송편을 해 먹었고 솔잎주와 꽃가루로 빚은 송화주(松花酒)를 즐겼다. 구황이 들 때는 소나무 속껍질 송기(松肌)를 벗겨 떡을 만들고 죽도 쑤어 먹었다. 그러다, 생을 마친 뒤 소나무로 짠 관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나무에게 신세를 졌다. 선비들은 소나무의 푸른 빛깔 송취(松翠)와 소나무 그림 병풍을 펼쳐 두고 즐겼다. 윤선도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고 소나무의 곧은 절개를 선비정신에 빗대었다. 이에 앞서 공자는 “날이 차가워진 연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고 칭송한 바 있다. 정선에서 최근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발생했다.정선읍 소재 비봉산 기슭에서 소나무 3그루, 잣나무 6그루가 감염이 확인됐다. 지난해 3월에 이어 정선읍 봉양리에서 재선충병이 재발견됐다.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며 이를 통해 나무에 옮는다.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매년 피해면적이 늘고 있다.재선충에 걸리면 그 해 80%, 이듬해 20%가 죽어 결국 100%가 고사한다고 한다.빠른 시간 안에 고사하고, 잎이 우산 모양으로 처지는 게 특징이다.환경운동단체인 녹색연합은 이대로라면 한국산림에서 3년 안에 소나무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74개 시·군·구서 218만 그루의 소나무가 이 병으로 고사했다. 올해도 109만 그루가 죽을 것으로 예측된다.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모두 벌채해 태우거나 직경 2cm 이하로 파쇄해야 한다.뿌리에도 재선충이 남아있어 그루터기에 훈증약제를 뿌린 뒤 비닐로 덮어씌워 완전 박멸해야 한다.방제한 곳의 재발 비율도 높다고 한다. 따라서 방제의 품질과 감염 소나무의 이동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산림당국은 추가발병에 대비, 비봉산 일대 산림을 중심으로 예방주사와 항공방역을 실시할 방침이다.재선충이 비단 강원뿐만 아니라 우리 국토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소나무는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 임산자원의 주인공, 자연환경의 근간이자 민족정서의 버팀목이었다. 현재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의 완전 방제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 일본과 같이 소나무 숲이 대부분 소멸되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경남 거제에서 전남 순천까지 ‘재선충 벨트’가 형성됐고, 백두대간을 타고 북상 중이라고 한다.재선충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인 감염된 소나무의 ‘인위적 이동’을 철저히 단속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머잖아 국내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격적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우리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기 위해서 소나무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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