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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포격서 협상타결까지 '불안.답답.기대' 오간 접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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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포격서 협상타결까지 '불안.답답.기대' 오간 접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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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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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항의로 북한군이 쏜 고사총 실탄 2발이 마을로 날아든 지 10개월 만에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주민들은 대피소로 신속하게 대피했다.
인근 삼곶리 주민 역시 면사무소에 있는 대피소로 이동했다. 파주지역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방 3개 마을에도 외출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김포시는 횡산·삼곶리 주민보다 30분가량 앞서 월곶면 주민 110명을 대피시켰고, 휴전선과 접한 강원지역 지자체도 영농 활동을 자제시키며 대피령에 대비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북측이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통보, 48시간의 말미가 생기자 대피 주민 대다수가 군 통제에 따라 귀가했다.
횡산·삼곶리 주민 가운데 58명은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덥고 습한 날씨에 낡은 선풍기 5∼6대에 의존해 공기도 잘 통하지 않는 지하 대피소였다.
장관과 도지사, 정치인들이 21일 대피소를 방문해 주민의 불편을 들었고 그 와중에 북한군이 제2의 도발을 준비하는 정황이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급기야 국방장관이 "22일 오후 5시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군은 지금 당장 북측의 특이동향이 없다고 판단, 21일 오후 6시 횡산·삼곶리 일대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 대피소에 잔류한 주민 58명은 24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북측의 최후통첩 시한이 다가오면서 남과 북이 전력을 증강하자 접경지 주민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결국 22일 오전 11시 30분 주민 대피령이 다시 내려졌고 "오후 4시까지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예정된 오후 5시가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뜻밖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주민들은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벗어난 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못했다.
이날 회담은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후 6시 30분 시작됐다. 그러나 주민들의 기대에도 회의는 끝날 줄을 몰랐다. 10시간가량 진행된 회의 결과에 촉각을 세웠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오후 3시 재개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다소 실망했다. 대피령이 해제되지 않아 집에 가지도 못해 아쉬웠다.
그러면서도 오후 재개될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다시는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했다. 주민들은 "나이 많은 주민들이 힘들어하고 농번기라 할 일도 많지만 접경지 주민으로서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며 곧 재개될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랐다.
대피소에 다시 모인지 또 24시간이 지났지만 기다리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협상이 길어지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10개월 새 우리 지역에 북측이 벌써 두 번째로 도발했다"며 "정부가 북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재발방지책을 마련케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을 놓은 농사일이 걱정되고 대피소 생활이 불편했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접경지에 살면서 정부의 방침을 잘 따르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협조했다. 급한 용무가 있는 주민들과 오랜 대피소 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노약자는 대피소와 집을 오가기도 했다.
지난 22일 회담이 시작된 지 43시간 만에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에 대피소에 있던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22일 오후 4시 2차 대피령에 따라 대피소에 들어온 지 57시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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