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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1장을 건네주고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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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1장을 건네주고 돌아 왔다"
  • 박기순 강원양구경찰서 청문감사계장 경위
  • 승인 2015.10.15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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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가정폭력범죄는 지난 2012년 8762건, 2013년 1만 6785건, 2014년 1만 7557건으로 2015년 7월까지 2만 1381건이 발생해 가정폭력범죄의 심각성이 날고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얼마전 우리경찰서 지역에서 가난하게 살던 50대 일본인 여성이 일용직을 하시던 남편과 생활고 문제로 다투던중, 남편이 화를 참지 못하고 온몸을 구타해 112신고가 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담당하는 동료 경찰관들과 같이 집을 찾아가 보니, 정말 집 안팎에 버려진 쓰레기는 이루 말 할수 없고, 부엌에는 씽크대가 눌러 앉아 기울어져있는등 곳곳마다 물이 새고 청소를 하지 않아 심한 악취가 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 다문화가족 이주 50대여성 아주머니는 작은 키에 매우 불안해 보였고, 본인이 경찰이라고 밝히자 대화를 극구 거부하셨다.
안타까운 마음에 경찰의 '피해자전담경찰관'제도로 찾아왔고, 심리안정과 병원치료 등을 약속하고, "저, 잊지 마시고 전화주시면 도움이 필요할때 꼭 찾아뵐게요" 하며 명함 1장을 건네주고 돌아 왔다.
이후, 기관 협조를 얻어 내 주택과 마당을 깨끗히 청소 해 드리고, 씽크대까지 교체해 드렸지만, 피해자라는 관계와 경찰관이라는 대상에서 어떤 큰 철벽이 놓인 듯이 도무지 대화의 문은 열을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현관문을 잡고 고개를 떨구신 일본인 아주머니에게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나 한마디 건넸다. 아주머니 일본에서 이곳 이국까지 건너와 사신 세월과 세상의 역경 그리고  불행이 극복할수 없는 병처럼 아프시겠지만, 어머니는 위대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린 자식을 위해  절대 약해지시면 안됩니다.며 손을 잡아 주고 돌아왔다.
대답은 못들었지만, 힘들고 아픈 범죄피해자 가족 보호와 지원을 해오면서, 또다시 피해상담의 중요성과  범죄피해인권보호가 얼마나 필요한지 나 자신에게 큰 거울이 되었다.
희망은 언제나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기다린다는 '맨스필드'의 말처럼 범죄의 고통과 고난에서 일어나는  분들이 더욱 많아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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