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성숙한 시위문화 정착 시금석 되길
상태바
성숙한 시위문화 정착 시금석 되길
  • .
  • 승인 2015.12.07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인 5일 서울 도심에서 정부의 노동개혁과 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렸지만 우려했던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서울광장 집회를 마친 뒤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때 다쳐 중태인 백남기(69)씨가 입원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하고서 집회를 마무리했다. '평화집회'를 공언하고 불법을 자제한 집회 주최 측의 노력에 일부 불법 사례에도 적극적인 해산·진압에 나서지 않은 경찰의 협조가 더해진 결과다. 앞으로도 이러한 '준법 집회' 기조가 정착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진보성향 단체들의 연합체인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3시 10분께 1만4천여명(경찰추산·주최측 5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2차 민중총궐기 및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도중 "박근혜 퇴진하라", "박근혜·김무성은 친일파 자식" 등 과격한 구호가 등장했고, 일부 참가자는 여당의 복면금지법 추진과 경찰의 복면 폭력시위자 현장검거 방침에 항의하고자 가면과 탈을 쓰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 30여명이 나와 집회를 지켜보고 행진도 함께했다. 이들은 '평화행동지침'을 발표해 준법 집회를 독려했다. 5대 종교 성직자와 신도 등 500여명도 광화문에서 기도회를 열어 평화 집회를 기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도 나와 인권침해가 발생하는지 감시했다. 전의경 부모모임 회원 10여명도 현장을 찾아 평화집회를 촉구했다. 다만, 집회 현장에서는 이적단체인 코리아연대 명의의 '현 정권 퇴진 요구' 전단이 발견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14일 1차 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의 회복을 비는 의미로 카네이션을 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과거 시위 현장에서 익숙한 복면 대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복면금지법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가면과 탈을 썼다. 집회가 종료된 뒤 야당은 얼마든지 평화적인 집회·시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이번 시위·집회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회장을 지켰던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경찰 차벽이나 다른 인권침해 사례가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고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 행위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종교계는 평화로운 집회 문화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다행스러워 했다.
이번 집회가 충돌 없이 '준법'으로 진행된 것은 무엇보다 불법·폭력과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얼룩진 후진적 시위 문화에 대한 국민의 염증과 비판 여론, 평화 시위에 대한 갈망이 강한 '억지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과 종교계가 갈등의 완충 또는 중재역할을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집회때마다 시위가 무법천지화하지 않을까 국민이 걱정하고, 정치권이나 종교계가 나서 노심초사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평화 집회가 우리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시위 문화가 정착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민주노총은 오늘 16일에는 총파업, 19일에는 3차 민중총궐기를 예고했다. 준법 시위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으려면 이들 집회 역시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