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시민구단이 뜬다…지자체 스포츠 마케팅 성공할까
상태바
시민구단이 뜬다…지자체 스포츠 마케팅 성공할까
  • 수원/ 박선식기자
  • 승인 2015.12.25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성남FC 등 지역사회 통합·홍보…성적 집착 등 과제

 '국내 최초 수원더비 실현! 수원FC 선수단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지난 8일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 창단 최초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승격의 쾌거를 이룬 수원FC 선수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시청 직원 등 200여명은 선수들을 열렬한 박수로 맞이했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축하 꽃다발을 건넸다.
수원시의 성대한 환영식은 지역사회 통합, 홍보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구단에 거는 기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스포츠 마케팅이 자치행정의 새로운 활력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 예산 먹는 하마는 옛말…효자 역할 '톡톡'
과거 시민구단은 수십억원씩 들어가는 지자체의 지원 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미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곤 했다. 최근에도 강원도의회가 강원FC의 내년도 예산 20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민구단은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창단한 수원FC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 머물던 2013년부터 올해까지 각각 27억원, 31억9천만원, 39억4천만원 등 매년 지원 예산이 늘었지만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경기당 1천390여명에 불과했다. 지상파 중계도 없어 홍보 효과도 적었다.
상황은 수원FC가 승강플레이오프에 나서면서 달라졌다. 지난 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2천340여명의 관중이 찾았다. 또 지상파 중계로 기업 구단인 수원 삼성에 익숙하던 전국 축구팬들에게 수원FC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수원시는 클래식 무대에 나서는 내년에는 1만1천800석인 수원종합운동장 관중석을 경기당 최소 3천석 이상, 수원 더비의 경우 1만석 이상 채워 주민 통합과 지자체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두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웃 성남시의 성남FC도 올해 클래식 무대 성적이 전체 12개 구단 가운데 5위를 차지하는 등 성공적인 시민구단 사례로 꼽힌다.
성남FC는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올해 평균 관중이 지난해에 비해 50% 증가한 5천664명을 기록했다. 시즌 누적관중은 시민구단으로는 유일하게 10만명을 돌파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FC의 전신인 성남 일화는 모 종교가 지원했지만 이제는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재탄생한데다 관중까지 늘어 주민들이 축구로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 선수단·구단·지자체의 '성공 3박자'
수원FC 선수들은 올해 경기가 계속되는 시즌 중에도 꾸준히 개별적으로 새벽 운동을 진행했다. 경기 전에는 매번 자체 회의를 열어 서로를 격려하고 각오를 다녔다.
수원FC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서 실패를 경험해 반드시 재기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남들이 안하는 새벽 운동이나 자체 미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동기부여인 셈"이라고 말했다.
구단 사무실과 선수단 숙소가 다른 팀들과는 달리 홈구장에 모여 있는 것도 수원FC의 특색이다.
구단 직원들과 선수단이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어 구단 측은 선수단의 애로사항을 쉽게 접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 그 결과 구단은 2011년 구단 우수운영상을 받았고 올해 승격을 이끌었다.
구단주인 염태영 시장은 올해 20차례의 홈 경기 가운데 10차례 이상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성남FC는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 인근 먹자골목에 축구거리를 조성하고 주요 전통시장과 연계해 두현두목김밥(김두현), 의조빠닭(황의조) 등 선수들의 이름을 붙인 먹거리 4종을 개발하는 등 주민과 함께하는 구단 운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남시는 성남FC 유소년 선수들에게 선진 축구 문화 습득을 위한 독일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관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축구대회를 열어 축구 저변 확대를 모색하는 등 성남FC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성적 집착·재정 자립도'는 과제
구단이 관중을 불러모아 주민 통합과 지자체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이 성과가 다시 구단에 좋은 영향으로 다가오는 선순환을 위해 일부 시민구단들은 성적을 내는 데에만 목을 매고 있다.
경남FC는 전 대표이사가 코치를 통해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심판 4명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사실이 밝혀져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7천만원과 내년 승점 10점 감점의 징계를 받았다.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교수는 "시민구단의 성공 잣대는 성적 말고도 많다"며 "지역이 갖고 있는 갈등 요소를 축구로 봉합하는 지역통합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실제로 성남FC 사장 재임 시절 상대적으로 부유한 분당구와 나머지 수정·중원구의 통합을 구단 운영의 목표로 세웠다.
신 교수는 "시민구단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구단이 자체적으로 키운 유망주를 다른 팀에 팔아 이적료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수원FC의 경우 수원 삼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유망주를 거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시민구단들의 한해 운영비용 50억∼70억원 가운데 지자체 지원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지자체와 시민구단 상생의 해결 과제로 꼽힌다.
수원시 관계자는 "승격을 맞아 내년에는 70억원 가량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매년 수십억원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시민구단이 다양한 수익활동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자체와 시민구단이 함께 갈 길"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