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영랑 선양사업 후원 위해
영랑시문학상에 총 9천만원 쾌척
[전국은 지금 - 인물열전 97]
협성종건 정철원 대표
김영랑 시인을 흠모하며 자랐던 부산의 한 중견기업 회장이 영랑 선양사업을 위해 거액을 기탁해 화제를 낳고 있다.
7일 전남 강진군에 따르면 부산 소재 ㈜협성종합건업 정철원 회장(74)이 동아일보와 공동운영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 관련 보도를 접하고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년간 매년 3000만 원씩 총 9000만 원을 기탁키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분 3000만 원에 대한 기탁식은 오는 16일 강진군청에서 갖는다.
정 회장의 영랑사랑은 시인의 생가가 있는 강진을 열 번 이상 방문한 데에서 느낄 수 있다. 마산상고 시절 향토적이면서 리드미컬한 김영랑의 시에 매료된 소년 정철원은 세월이 흐를수록 영랑을 향한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자신이 시공한 부산지역 아파트단지 두 곳에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을 조형물로 설치, 주민들에게 영랑의 감수성을 전파했다.
정 회장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마산상고(현 용마고)를 졸업한 뒤 건축자재상에 취업했다가 지난 1972년 건축자재상을 차려 독립했다. 1983년 협성건업을 세워 연립주택 32가구를 시작으로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협성종합건업은 2020년 시공능력 평가액 5965억 원으로 도급순위 전국 56위(부산 2위)의 최우량 기업이다.
그럼에도 그는 ‘휴지 한 장을 두 번 쓰는 회장님’으로 소문이 날 만큼 근검절약한 삶을 살고 있다. 정 회장은 낙후지역인 영도구의 한 주택에서 산다. 부산의 부자들이 주로 해운대에 사는 것과 딴판이다. 그의 책상 메모지도 달력 이면지다. 공사현장을 돌겠다며 골프도 치지 않는다. 정 회장의 6개 계열사에는 자식은 물론 친인척이 한 명도 없으며, 1남 3녀의 자식들에게도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2010년 거액의 사재를 출연, 협성문화재단을 설립해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익명의 사회공헌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전국매일신문] 권상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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