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70] 황제 의전과 ‘척’하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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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0] 황제 의전과 ‘척’하는 정치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9.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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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어쩌면 내년 대선에서는 비록 눈 속에 대들보가 들어 있는 후보라 하더라도 거울 앞에 서서 한 번쯤 자신의 눈을 바라 본 적이 있는 자에게 한 표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황제 우산 의전’을 대하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행태가 개그 콘서트 못지않다. 비판을 넘어 아예 자신과의 비교를 통한 홍보의 기회로 삼고 있는 대권 주자의 ‘척’하는 위선적 행태는 역겹기까지 하다.

물론 강 차관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든 비난받아 마땅하다. 언론의 요청이 있었건, 아니건 부지불식간에 ‘아랫것의 당연한 일이다’라는 의식이 몸에 배여 있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장·차관 나리’의 어줍잖은 선민의식이다.

하지만 강 차관의 ‘황제 우산 의전’에 대한 일부 대선후보들의 비판은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개에 비유한다는 것은 당치않다. 하지만 그들이 입만 열면 ‘국민을 하늘같이 여기겠다’고 하기 때문에 그 말을 진심으로 믿고 ‘국민’이 되어 한마디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 대선주자의 한 명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라는 글을 올리고 “북한인가? 21세기 자유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민모두가 강 차관을 비난해도 황 전 대표는 그 대열에서 빠져나와 침묵했어야 한다. 정작 국민들이 ‘여기가 북한인가?’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게 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총리였던 2016년 3월 20일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서울역 열차 플랫폼까지 관용차를 타고 진입하면서 시민들의 이동까지 제한, ‘여기가 북한인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뿐이면 다행이다. 2015년 7월 서울 구로노인복지관에 방문했을 때는 그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그가 탄 차량이 지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7분 넘게 도로를 통제해 교통체증을 불러왔던 일이나, 관용차로 오송역 버스 대기 장소까지 들어와 논란을 야기 했던 일을 벌써 잊었는가 궁금하다. 황 전 대표의 말대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었다.

황 전 대표와 같은 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역시 강 차관의 ‘황제 의전’ 논란에 대해 ‘국민은 비 오는 날 이렇게 모시고 가는 겁니다’라며 자신이 주민과 함께 우산을 쓰고 걷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하지만 그의 과거 행적 또한 황 전 대표와 다를 바 없다. 홍 의원은 2017년 7월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충북 청주의 한 수해복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유명한 ‘황제 장화 의전’을 일으킨 당사자이다. 그가 장화를 신을 때 현장 관계자가 허리를 숙인 채 장화를 잡아줬고, 홍 의원은 서서 다리만 움직였다. 장화를 벗을 때는 더 했다. 그는 도시락을 든 채 서서 현장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장화를 잡아주자 다리만 움직여 장화를 벗었다. 국민들이 그를 보고 “스스로 장화도 못 신으면서 수해복구는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만큼 신중하기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 캠프 측은 지난달 29일 충북 음성군에서 핵심당원 간담회를 마친 뒤 이 대표가 직접 우산을 들고 같은 당 이장섭 의원과 나란히 빗길을 걷는 사진을 홍보 차 내걸었다. 하지만 사진 속에 이 전 대표의 우산은 오롯이 자신만을 가리고 동행한 이 의원은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빗속을 둘이 걸으면서 동행이 비를 맞고 있는데도 ‘내 우산은 내가 쓴다’며 자신만 비를 피하는 것이 자랑이라면 ‘너 잘났다’라는 말 이외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이들 뿐일까’하는 것이다. 어쩌면 대선에 나선 여야 모든 주자들의 공통된 현상은 아닐까 하는 절망이다. 그럼 그들이 입만 벙긋하면 쏟아내는 ‘국민’은 어찌 살까 싶다.

예수님이 그랬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외식하는 자(위선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어쩌면 내년 대선에서는 비록 눈 속에 대들보가 들어 있는 후보라 하더라도 거울 앞에 서서 한 번쯤 자신의 눈을 바라본 적이 있는 자에게 한 표를 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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