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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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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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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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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부터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은 기업이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직원에게 보육수당을 주면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쳤지만, 올해부터는 인정받지 못한다. 의무 설치 대상인데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 연간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어린이집 설치 의무대상 기업 1천204곳 중 52.8%만 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소 200여곳의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담은 영유아보육법은 2014년 4월 국회를 통과했다. '일과 가정 양립'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취해 출산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한국은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 출산율이 2001년 이후 15년째 1.3명 미만의 초저출산국가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일정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직장어린이집 설치 대상 기업을 획일적으로 정한 데다 관련 규제도 너무 많아 기업의 부담은 큰 반면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한 기업 규모가 비슷하다고 해도 소재지가 도심인지 공단지역인지와, 근로자들의 성별ㆍ연령별 분포와 근무형태 등에 따라 직장 내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예컨대 대다수 근로자가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외근의 비중이 큰 기업체라면 직장어린이집 설치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또 건물 임대료가 매우 비싼 도심지는 비용문제로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울 수 있고 유해물질 배출업소라면 어린이집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위탁 보육으로 의무를 이행하려면 한 어린이집에 대상 근로자의 30% 이상이 아이를 맡겨야 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꽤 거리가 있는 어린이집이라면 이 비율을 채우기가 힘들 뿐만 아니라 입소 희망자가 줄을 서 있는 어린이집 측에서도 굳이 위탁계약을 해야 할 동기가 없다. 관련 규정이 모호한 부분도 있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사업장'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이라도 일부 사업부문을 분사하면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또 '상시근로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호한 측면이 있다. 반면에 기업 규모가 작더라도 직장어린이집의 이용 수요는 매우 많을 수도 있다. 직장어린이집의 최저 정원이 5명인 점을 악용해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정원이 적은 어린이집을 설치한 경우에도 필요한 사람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따라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대체하는 일반 어린이집과의 계약 체결이 더 쉬워지도록 유도하고 해당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교사 인건비로만 쓰도록 하던 것을 운영비로도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지자체-공공기관 등 다양한 공동 직장어린이집 모델을 확산하고 설치비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직장어린이집의 설치를 늘리고 보육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되 기업의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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