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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확대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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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문화의 다양성 확보와 확대재생산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1.12.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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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문화예술, 경제선순환 구조 정착

인간의 삶의 모든 활동은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인간의 삶의 모습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모든 문화적 현상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의 경제적 가치가 모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하였고 문화의 대결장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바람직한 문화현상은 세계인의 보편적 선택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즐거움이 경제성으로 연결되어지고 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자연에 대립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부터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으며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된다.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 문화를 인간 집단의 생활양식이라고 정의하는 인류학의 관점이 이런 문화의 본래 의미를 가장 폭넓게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라는 말은 그렇게 넓은 의미로만 사용되지는 않는다. 문화에 대한 정의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엄청나게 광범위한 인간적 산물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역사적 시대, 사회 집단, 이데올로기적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으며 이는 인간이 창조한 사회적, 역사적 산물을 두고 인간들이 벌이는 권력 다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권력 다툼은 결국 모든 인간적 산물들의 소유와 배분을 둘러싼 다툼이다. 문화는 한 사회의 정신적, 물질적 발전 상태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는 문명이란 개념과 혼용되기도 한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의 패러다임을 인간 사회에 적용한 사회 진화론적 관점과 관련이 있다. 서구 문화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서구의 문화관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것은 광의의 문화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주로 정신적이거나 지적이고 예술적인 산물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사회학이나 인류학에서는 흔히 문화를 인간의 상징체계 혹은 생활양식으로 정의한다. 인간이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상징체계를 습득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며 그 상징체계가 반영하고 있는 사회의 생활양식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회에서의 총체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의할 때 집단 사이의 문화적인 차이는 위아래의 위계문제가 아니라 ‘다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문화 개념은 정의 방식에 좀 더 다원주의적인 생각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이 직접적인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도 특별한 직업은 직접적인 노동에 참여하지 않음에도 노동보다 더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노동의 가치평등을 이룬 현대에 와서도 우리의 노동의 개념은 한정된 범위 안에 머물러 있으며 경제활동의 범위는 무한대로 확장을 거듭하여 확대하고 있다. 과거 생산을 지배하던 상업주의시대를 지나 거대한 공장을 거느렸던 독점자본주의는 잉여생산물이 풍부한 세상을 만들었다. 인간은 새로운 경제 가치를 찾아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혁신을 통해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며 분배의 경제구조를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모든 종류의 경제활동에 대한 참여가 노동의 개념으로 자리 잡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문화의 기능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사회의 재생산이다. IT의 발전은 사회 재생산 구조를 다시 증폭시키고 있다. 삶이 풍요롭다는 것이 다시 재구성되고 이를 충족시키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고 이는 경제 가치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사회는 문화콘텐츠 하나하나가 땅에서 생산되는 농작물과 같이 경제 가치로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발전은 확대재생산구조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경제발전의 측면에서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필요가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의 폐쇄적 구조가 타파되어야 한다. 그 동안 문화라는 영역은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에 한정된 사고와 특별한 기능이 필요한 특수한 분야로 여겨져 왔다. 이는 문화의 폐쇄적 구조를 낳았고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게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참여자가 아닌 단순한 관람자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온 것이다. 학교교육에서는 과외를 통한 기능의 전문성만을 요구받게 하였고 이렇게 만들어진 전문 인력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방치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경쟁에 살아남은 이들의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정한 문화예술·스포츠 분야는 천재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문화의 영역은 그 혜택을 누리고 이를 재창조하며 문화 컨텐츠를 생산하는 또 다른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생활체육의 기반위에 엘리트 체육이 육성되어야 하며 예술의 대중적 보편성 위에 예술가가 만들어져야 하는 사회적 구조를 말하고 있다. 문화의 대중적 소비는 새로운 경제 가치를 생산하고 또한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만드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스포츠계의 비리는 폐쇄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대학입시비리로 점철되는 문화예술의 폐쇄적 구조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대중문화계 역시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화가 특정한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고 특정지을 수 있는 분야에 머무르기를 고집한다면 문화가 선순환 하여 확대재생산 하는 미래 발전 구조에 함께할 수는 없다. 문화의 보편적 가치는 대중의 참여와 공유를 통해 이루는 것이다.

로마가 강성했던 이유는 문화의 힘에서 나온다. 카이사르가 젊은 시절 갈리아원정의 험난한 여정을 자원했던 이유가 그의 엄청난 빚 때문이었다. 카이사르는 대중으로부터 정치적 명망을 얻기 위해 검투시합 등의 대규모 행사를 주관하며 후원자(파트로네스)로부터 엄청난 빚을 졌다. 당시 로마는 오늘날 서커스의 어원이 된 키르쿠스와 같은 전차경기장, 검투사 경기장인 콜로세움, 그리스 아테네 디오니소스극장으로부터 유래된 야외극장, 공중목욕탕 등 현대에 와서 대부분 정치적 의도로만 해석되고 있으나 로마는 시민에게 유희를 제공하는 정책을 장려하였다. 또한 이는 하나의 산업으로 존속하게 하였고 이러한 문화는 유럽을 정복한 각 식민도시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문화의 가치는 다수의 공감에 의해 만들어진다. 과거의 군사정권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를 이용하려 하였고 자의든 타의든 문화현상을 음지로 내몰았다. 이제 이러한 모든 문화현상이 밝은 곳에서 대중의 평가를 받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로마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개방된 장소에서 문화를 즐기며 환호하던 모습이 오늘날에도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는 그 특성상 그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마당문화에 대중이 모여 함께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도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이러한 마당이 곳곳에 설치되고 대중이 스스로 즐기며 풍요로움이 흘러넘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문화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왜곡되는 현상을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 확보는 다양한 문화컨텐츠와 재창조를 위한 전제가 된다. 우리는 한 동안 문화민족이란 억지스러울 수 있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아왔다. 최근 한류의 힘은 이를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한민족이 살아온 문화적 유산과 우리의 생활양식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살게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러한 문화적 자신감은 우리 것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그릇에 새로운 문화를 담아 재창조할 수 있음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가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문화정책은 눈먼 돈이 되었다. 2021년 기준 문화·체육·관광 재정예산 규모는 8조4천억 원 전체예산규모의 5.1%에 달한다. 세부 항목으로 가면 예술창작 진흥, 문화다양성 확보, 국격 전통문화 보존관리, 한국문화 외연 확장, 통합 나눔과 배려의 가치 확산, 예술과 스포츠의 생활화, 콘텐츠·관광·스포츠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행복한 문화향유 기회 확보, 문화중산층 확대 등을 사업목표로 한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관광산업 활성화의 경우 문화콘텐츠 투·융자 확대를 통해 게임, 애니메이션·캐릭터, 음악, 영화, 뮤지컬 등 글로벌 킬러콘텐츠를 육성하여 경제 가치로서의 접근을 모색하여 왔다. 그러나 국가재정이 소모성 예산의 성격이 큰 이유는 근본적인 생산경제와 확대재생산의 인식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문화의 경제적인 확대재생산 구조를 만드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무한한 생산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농산물을 생산하고 공장에 무수한 인력을 필요로 했듯 노동집약적 산업을 문화의 산업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이 고도로 자동화하고 필요 인력이 감소하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대안은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업종의 다양화에 있다. 인간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며 구체화되는 문화산업의 발전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민족은 흥의 민족이다. 해방이후 험난한 과정 속에서도 억압된 삶에도 흥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들은 이러한 삶의 여유를 스스로 억누르며 살아왔을 수도 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한 오늘날 이제는 흥에 겨운 민족적 특성이 충분히 발휘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는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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