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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2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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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23시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3.02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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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23시
 - 김귀희作
 
어제도 그랬다
 
이 고개에 이르면
머릿수건을 벗으면서
 
여인은 무릎을 꿇는다
 
귓전에 맴돌던 저녁 종소리
갈빗대 밑으로 흘러들고
 
어둠으로 조밀한
밤 열한 시
 
오늘을 잊기 전에
아직 내일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24절기의 21번째 동지는 해와 지구가 가장 멀리 떨어진 절기다. 
하지의 정반대로 지구 공전의 마무리쯤에 도달하여, 한 해의 마지막 즈음이다. 

인간이 시간의 개념을 알게 되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이는 시간으로 바꾼 것은 문명이 시작된 때부터다. 
처음에는 정확한 구분을 못 했지만 태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계산하면서 점차 발달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고 근대 이전에 정확한 시간은 구분하게 되었다. 

23시는 절기로 본다면 동지에 해당한다. 
이때부터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게 되며 앞으로 닥칠 시간을 예비하여 삶을 가꾼다. 
틀에 맞춰진 자연의 이치는 한 푼의 오차가 없이 맞물려 돌아가고 인간은 그것에 맞춰 삶을 유지한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한정 되어 있다. 
주어진 생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아도 누구나 비슷하게 살아갈 뿐이다. 

사람은 여기에서 삶의 허무를 느낀다. 
왜 영원하지 못하고 짧게 살아야 하는가. 
더 살 수 없는 것인가. 

특히 여자들은 더 예민하게 돌아보게 된다. 
김귀희 시인은 지금 23시에 도달하여 남은 삶을 계산하고 있다. 

이 고개에 이르면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썼던 머릿수건을 벗으면서 순종의 무릎을 꿇는다. 
갈빗대 밑으로 흘러들어 드는 저녁 종소리를 흘려보내며 지나온 삶을 잊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미련은 남는다. 

오늘을 잊기 전에 아직 내일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여자의 삶은 아름다워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운명은 각각인 것 같아도 거의 일치 한다. 
표본으로 셈을 해보면 전부가 비슷하다. 
김귀희 시인의 삶은 아직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여자들의 표본이고 그게 시를 쓰는 이유다. 
23시에 이른 여자들에게 좋은 마무리 법을 선물했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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