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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궤도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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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궤도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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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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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궤도 위에서
                                  - 송병국 作

달리는 열차의 창밖
도시의 하늘이 뿌옇게 멀어지고
불쑥 들어차는 시골 마을이 정겹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산과 들
한가로이 따라오는 아기구름 형제
졸음이 허공에 무지개를 펼치는 동안
일상의 불안은 망각으로 소멸되고
풍경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낡은 기억의 잔상으로 남는다
속도에 저항하는 시간의 소음들
순간포착의 화면 속으로
관념의 환상이 멀어지는 사이
우리는 늙은 여가수처럼
가을을 남기고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한 곡조의 추억과
한 방울의 슬픔과 함께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엄밀히 말하자면 궤도는 행성이나 혜성 인공위성 등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른 천체의 주위를 돌면서 그리는 일정한 곡선의 길을 말하고 또 기차나 전차가 굴러가도록 레일을 깐 길을 말한다. 

우주의 궤도는 17세기 케플러와 뉴턴이 궤도를 지배하는 기본 물리법칙을 발견했으며 20세기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정확히 설명했고 기차의 궤도는 증기기관차가 발명된 후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철길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사람은 궤도를 알게 된 후에 현대적인 문명을 이뤄냈고 계속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는데 우주의 길은 궤도를 그리면서 시작되고 교통의 발달은 철도의 궤도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은 이동의 동물이다. 
한곳에 정착했어도 과거 자연을 돌아다니던 때를 잊지 못한다. 

하여 여행을 즐기고 여행하면서 추억을 만든다. 
이때 만난 모든 풍경은 지워지지 않고 그것에 비교하며 삶의 발전을 꿈꾼다. 

송병국 시인은 지금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을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음침하고 살벌한 도시를 떠나 원형의 인간상을 그린다. 
익숙한 시골 풍경이 정겹고 반겨주는 산과 들이 새롭다. 
일상의 불안은 망각으로 소멸하고 새로운 풍경에 의해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그렇게 그리기만 한 것 같던 시간은 소음으로 남아 밀려가는 장소에서 삶의 참모습을 발견했다. 

늙은 여가수의 모습에서 내일의 자신을 보았으나 한 곡조의 추억과 한 방울의 슬픔을 안고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 이런 게 사는 맛이다. 
이런 여행의 맛이 없다면 삶은 무의미하다. 
가자 궤도를 타고가든 걸어가든 인생은 여행이 아닌가.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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