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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자장사 보다 취약계층과 고통 분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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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자장사 보다 취약계층과 고통 분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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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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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요즘 한국에선 은행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 못해 불만이 커지고 은행은 지탄의 중심에 서 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4번에 걸쳐 1%포인트 오르는 동안 은행들이 예금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이자 장사’를 한 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의 올 1분기(1∼3월) 순이익이 처음으로 5조 원대를 넘어서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올해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줄었는데도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에 편승해 재빠르게 대출 금리를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 지난 4월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5조2362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NH농협금융만 순이익이 -1.34%로 소폭 줄었고 다른 금융지주 4곳은 각각 8.0∼32.5% 증가했다. 

특히, 5대 금융지주회사의 이자 이익은 11조33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3월) 총합인 9조7582억원보다 16.2%인 1조5803억원이나 증가했다.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72%(신규 취급액 기준)로 2019년 6월(1.78%)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로 오르는 등 시장금리가 오르자 은행들이 발 빠르게 대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보면 올 3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8%로 한 달 새 0.05%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5월 4.02% 이후 무려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8%에서 3.84%로 0.04%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33%에서 5.46%로 0.13%포인트 올랐다. 2014년 7월 5.59% 이후 무려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금융권의 이자 이익 규모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에 머물던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대출 재원이 많아진 상태에서 예대마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의 6개월 이하 정기예금은 1년 만에 55% 증가했고, 올해 들어 예대마진 폭은 두 달 만에 0.3%포인트나 증가했다. 금융권의 대규모 이자 이익은 은행의 영업력 때문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유리한 자금 흐름과 금리 결정 구조 덕분이었다. 

시중은행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가계는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매)’과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 말 1862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3조 원이나 늘어나고 가구당 연간 88만 원에 이르는 이자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하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이나 증가한다. 지난해 최대실적으로 이미 성과급 잔치를 치른 은행들이 또다시 이자 수입 늘리기에 급급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와 긴축의 여파로 자영업자 등이 온갖 고통을 당할 때 금융지주들은 짭짤한 고수익 이자 장사로 휘파람을 분 셈이다. 이러한 금융지주들의 집단 이기주의 행태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초대형 복합 위기)에 따른 부실 후폭풍을 감안하지 않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모름지기 은행업은 지급 결제와 신용창조 기능을 통해 국가 경제에 돈을 흐르게 하는 일종의 기간산업이다.

정부가 은행에 독점적 영업권을 주는 것은 이익 극대화가 최우선 목표인 일반 기업과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1862조1000억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909조2000억원에 달한다. 총부채상환비율(DSR) 40%를 초과하는 ‘고위험 가구’도 38만 가구에 이르고, ‘영끌’과 ‘빚투’에 나섰던 30대는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도 280%에 달해 이자 폭탄을 감내하기 힘들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면 부실은 고스란히 가계로 전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금융지주들이 할 일은 이자 장사에 콧노래를 불 때가 아니라 금융 취약계층과의 고통 분담이다. 금융지주들은 대출 경쟁을 중단하고 건전성을 최우선 잣대로 설정하고 업권별 부실 실태를 정밀 파악해 가계대출이 시스템 교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유연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를 해소하고, 필요할 때 가산금리가 적절한지 검토하고 담합 요소를 점검할 수 있도록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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