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과 더불어 향기로워질까
- 김행숙 作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어우러질 때 아름답다
잘 대비되는 우주의 빛으로
실내악을 연주하듯이
쓴 맛 단 맛이 어우러져
씹힐수록 미묘해지는
살아가는 일도
때로는 곰삭아져 향기로운
익은 맛이 되기도 한다
배설로 향수를 만든다는
향유고래처럼
나는 무엇과 어우러져서
향기로워질 것인가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냄새를 향기라 말하지만, 공기 중에 발산되어 사람의 후각신경에 감각되는 여러 휘발성 성분 가운데 일부 향기는 고약한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전부 향기라 부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사물이든 고유의 냄새가 있고 그 냄새로 존재를 과시하든가 아니면 자신을 보호하는 특성이 있는데 사람도 저마다의 향기가 달라 이를 통하여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람의 향기는 체향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품격으로 말하는 것으로 겉으로는 좋은 냄새가 풍겨도 품성이 좋지 않으면 모두가 싫어한다.
포장된 향기가 아니라 내부에 감춰진 향기, 즉 인격을 말하는 것이다.
김향숙 시인은 사람의 기본 품격은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발산해야 우주의 빛으로 실내악을 연주하듯 좋은 향기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쓴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씹힐수록 미묘해져 살아가는 일도 향기로운 약이 된다는 것을 특히 강조한다.
사람은 좋은 냄새를 찾아 온갖 수단을 도모한다.
향유고래의 배설물, 사향고양이의 배설물, 물개의 가죽이나 악취가 심한 모든 것을 이용하여 향수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모두가 겉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과연 그런 것들을 몸에 발랐을 때 나는 향기가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사람답게 사람 냄새를 풍겨야 진정한 사람이다.
그러려면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야 하고 어울리는 자격은 인품이다.
김행숙 시인은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