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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고교 기숙사서 상습적 학폭 의혹...휴대전화 속 "고통 속에 죽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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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고교 기숙사서 상습적 학폭 의혹...휴대전화 속 "고통 속에 죽어야 함"
  • 한송이 기자
  • 승인 2022.06.09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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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학폭 의혹
인천 학폭 의혹

인천에 있는 모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동급생 간 상습적인 학교폭력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부모들을 통해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교육 당국은 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9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 서구의 모 고교는 지난달 27일 기숙사 입소생인 1학년 A(16)군의 학부모를 통해 처음 기숙사 내 학교폭력 정황을 인지했다.

앞서 A군을 포함한 학생 4명의 학부모는 지난달 외부에서 열린 학생 참가 행사를 참관하던 중 또래 간 괴롭힘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고 자녀 휴대전화 등을 확인한 뒤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들이 확인한 학기 초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 대화에는 '미안해. 자살하고 싶어'는 A군의 메시지에 가해자로 지목된 B(16)군이 '해. 웃지 말고 XXX'라며 '고통 속에 죽어가게 해야 됨. 너 같은 XXX XX는'이라고 답한 내용이 남아 있다.

B군이 A군에게 '친구 옷 살 때도 엄마가 XXXX 사준다고 하면 일진한테 꼽 먹을까봐 XXX 매장 가는 XXX벌레'라며 욕설을 한 내용도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이 기숙사 방 안에서 촬영한 6분가량의 영상에는 B군이 침대에 있던 A군에게 심한 욕을 하며 펜을 던지거나 목덜미를 세게 누르는 장면이 담겨있다.

B군은 A군이 다른 친구에게 'B군이 내 시험 답안지를 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이같이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B군 등 2명은 자신들도 이들 중 1명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며 쌍방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양측을 상대로 진술서를 받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학기 초부터 학생 간 갈등이 계속됐지만 학교 측은 인지조차 하지 못해 밀폐된 공간인 기숙사 내 학교 폭력이 방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처음 사안을 파악한 뒤 이들을 분리 조치하기로 했으나 월요일인 30일 해당 학생들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랜 기간 대범하게 학교 폭력이 이어진 것은 학교 측의 기숙사 관리가 전무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믿고 보낼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지난 4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에서 별다른 피해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이번 사안에 연루된 학생 6명의 반 교체도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기숙사 운영 학교들은 학교폭력 교원 연수를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사감 교사가 순찰 등을 통해 학교폭력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방 안에서 암암리에 발생하는 사안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기숙사에서 학교폭력 체크리스트를 각 학교에 보내 수시로 학생상담을 하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학교폭력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기숙사 내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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