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한영민
눈을 떠보니
혼자다
아무도 없다
또 혼자다
어제
무슨 짓을 한건지
미쳤다
그녀를 가라고 했다
마지막 시간을
밤새도록 같이 있자고 해놓고
빨리 가라고 했다
혹시 그동안
잘못한 것이 있으면
너무 사랑해서
헤어지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남남이 되는 것이
너무 비통해서
맘에도 없는
찌질한 모습 보인 것이니
너를 위해
목숨도 아깝지 않다던
너를 위해 밤하늘에
별도 따주던
좋았던 모습만 기억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아름다운 추억만
가슴에 묻어두고
빨리 가라고 했다
세상에서 멋 진말은
다 내뱉어며
가라고 재촉했다
미쳤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그렇게 보냈다
눈물이 뜨거운 줄
처음 알았다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입으로는
온갖 멋진 말을 쏟아내고
두눈에는
뜨거운 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도 울고 있다
소리없이 흐느끼고 있다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너도 이 이별을 슬퍼하고 있구나
너도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동곡하고 있구나
돌아섰다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돌아섰다
소리없이 흐느끼는
그녀를 뒤로하며
돌아섰다
뜨거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소리없이 흐느끼는
그녀를 뒤로 하고
가슴 속으로
통곡하며 돌아섰다
사랑하는 그녀를 보냈다
소리없이 통곡하며
그렇게 떠나 보냈다
내사랑을 그렇게 보냈다
[전국매일신문 詩] 소년 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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