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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정치바닥 쌈박질과 ‘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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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정치바닥 쌈박질과 ‘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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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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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관전평 2題-싸가지 정치와 YTN 무식 말잔치

지소사(指小辭), 작은 것(小)을 가리키는(指) 말(辭)이다. 원래 말뜻보다 더 작거나 친근하게 애호(愛好)의 어감(뉘앙스)을 나타내는, 접미사 같은 요소의 명칭이다. 

개 새끼 가리키는 강아지의 ‘-아지’다. 말 새끼 망아지, 소 새끼 송아지도 있다. 새싹의 싹수를 좀 가볍게 또는 천하게 부르는 싸가지(싹+아지)도 이런 뜻의 말이겠다.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씨와 최고위원 배현진 씨의 유치하고 졸렬한 쌈박질 동영상은 허망한 오락거리로 크게 히트했다. 이 황당 장면을 사진과 글로도 확대경 댄 것처럼 정밀하게 거의 모든 언론들은 보여주었다. 

고래심줄 우리 세금으로 저런 이들이 국민을 볼모삼아 ‘저런 정치’를 하는구나, 자괴감(自愧感)에 더해 똥바가지 뒤집어 쓴 듯 모욕감을 피하기 어려웠다고들 한다.

불결하며 싹수가 노란, 싸가지 없는 저 고위 당직자들의 행태는 어디서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다양한 버전의 ‘준석 현진 비디오’가 퍼지고 있다. 패러디로 응용돼 세상을 더 신나게 할 전망이다. 천박(淺薄)할수록 즐거움은 큰 것이니. 

악수 되받아치기나 어깨 툭 두들기기 등 철없는 몸짓언어로 열없는 속뜻 표시하는, ‘잘 나가는 이들의 소통’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명인 강호동도 울고 갈 이 오락적 재능은 우리 세금의 ‘본전’을 조금은 돌려줄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자위해야 하나? 

‘준석 현진 비디오’는 희한한 볼거리 하나를 더 불러왔다. 뉴스채널 YTN이 용감하게 ‘무식의 깃발’을 올렸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준석·배현진 악수대첩’ 제목으로 이 동영상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악수(握手)와 대첩(大捷)을 합친 말, 뭔가 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무식한 말인 것을 모를까? 아마 ‘악수로 크게 싸웠다’는 뜻을 축약(縮約)하고 싶었던 듯하다.

기자와 편집자 등 YTN의 각급 직원들은 한국어의 낱말의 뜻이 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일까. ‘왜, 어쩌라고!’ 하며 이런 지적에 화를 내고 나설지 모르겠다. 방송은 공공(公共)의 재산이다. 

언론의 일거수일투족은 말투까지 시청자(수용자)에게 본보기다. 저걸 보고 ‘아, 저런 싸움을 대첩이라고 하는구나’하고 머릿속에 담은 이들 이미 많다. 잘못된 사실을 수용(受容)한 것이다. ‘저런 맹랑한 방송을 봤나!’ 자녀들 볼까봐 눈을 가릴 사람도 있겠지만.

명량대첩(鳴梁大捷)은 해남과 진도 사이 해협에서 일본군 대형 함대와 성웅(聖雄)의 반열에 오른 조선 수군 장수 이순신 지휘의 민관(民官)합동 해상 결사대가 싸워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전투물리학’을 통째 흔들어버린 인류 해전사(海戰史)의 금자탑이다. 

다시 확실히 하자. 대첩은 ‘크게 이겼다.’다. 捷은 ‘승리’다. 행주대첩 한산도대첩 등의 대첩이다. 1,2차 세계대전의 ‘대전’과 다른 말이다. 

‘이준석·배현진 악수대첩’은 안 봐도 비디오, 망령(妄靈)의 언어다. ‘-대전(大戰)’쯤으로 썼다면 ‘좀 서툴지만 비유적인 표현이겠지’ 하고 봐줄 수도 있겠지만, 저런 무식과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지나치면 아이들 교육 버린다. 

‘배운 사람’ 타이틀 건 젊은 망령들을 저어한다. ‘준석 현진’도, (그) 방송도 정신 차려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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