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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위한 간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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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위한 간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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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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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동서울대학교 외래교수

보호받을 권리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령화 평균속도는 자동차 속도에 비유하면‘65km’.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다.

한편, 젊은 세대들의 출산율은 어디까지가 최저점인지 모를 만큼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통계청의 2022년 발표에 의하면 65세 이상인 고령인구는 2020년 기준 807만 명에서 3년 후인 2025년엔 1045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이 들어 늙고 나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9988, 8899라는 말처럼 건강하게 여생을 보낸다면 더없이 좋겠으나 늘어나는 주름 수 만큼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인구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적 문제로 이미 우리 곁에 깊숙이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보험 체계로 인해 과거에 비해 의료비 부담감은 많이 줄어든 편이나, 저출산, 핵가족 영향으로 간병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숙제로 점점 더 부각되고 있고, 그 부담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잊을만하면 각종 매스컴을 통해 전해오는 간병인에 의한 폭언과 폭행을 동반한 노인학대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어 노령화 사회에 안타까움을 더해 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가 않다.

모든 문제라는 것이 한쪽 방향에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간병인에 대한 근무환경이나 처우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결코 싸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간병인에게 전문적이고 만족스러운 케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모든 기능이 약해져 남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인의 경우 질병의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간병인에 대한 교육은 환자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학대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매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간병인의 전문성 부족을 떠들고 있으나 문제점의 해결보다는 공허한 메아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기 위하여 민간자격으로 간병사의 자격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상대가 환자라는 것을 고려 할 때 형식적인 교육, 자격증을 위한 교육이 아닌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교육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임에도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얼마 전 TV를 통해 기자가 간병인 구직자인양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했을 때 경험이 있느냐? 기저귀 케어를 할 줄 아느냐? 이 정도의 간단한 질문 후 바로 할 수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간병인의 경우 적게는 월 200~300에서 많게는 월 500 가까운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근무환경 등이 열악한 면이 있고, 한편에선 3D 직종으로 불리고 있으나, 인간의 신체와 생명에 관련된 일인 만큼 간단한 의료적 지식을 갖춘 전문성과 일정부분의 사명감은 필요하다.

고비용을 지불하면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은 환자가 결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빨라지는 초고령화 시대, 노인 간병에 대한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간병인은 요양보호사와는 달리 몸이 아픈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등급을 받은 환자를 제외하고는 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비용에 대한 100%가 모두 노인(환자)의 몫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별 문제가 아니지만 노인들의 3고(苦) 중 하나인 빈곤으로 허우적거리는 노인(환자) 본인은 물론 이를 부양하는 가족 모두에게도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경제적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간병인을 구할 능력이 안 되는 경우 가족 중의 누군가가 간병인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환자로 인한 스트레스와 때로는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 등 다양한 문제들과 부딪히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여 ‘간병살인’이라는 끔직한 사건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서비스 및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해 의료적 제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노인복지, 노인의료서비스의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개선되고 보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어떤 제도이든 현실에 맞게 만들어지고 적용되어야 하며 시대가 변하면 그 시기와 조건에 맞게 수정 보완될 때 더 단단하고 활용가치가 있는 제도로 거듭날 것이다. 간병인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응체계를 세워 나가야 할 시점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권순정 동서울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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