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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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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6.03.17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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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체험을 하며 충격에 빠졌다. 바둑을 통해 딥 마인드 알파고를 경험했고, 알파고는 바둑판 밖의 세계를 알려줬다. 무궁무진한 수로 변화무상한 바둑을 컴퓨터가 점령했다는 현실을 우리는 인정하려 들지 않았으나 그것은 현실로 다가왔다.
“알파고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AlphaGo WINS!!! We landed it on the moon).”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이긴 지난 9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달 착륙’이라니, 오래전에 봤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리기 전에 달 궤도를 돌면서 지구가 둥그렇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우주선이 있었다. 아폴로 8호다. 달 상공에서 1968년 12월 24일 TV 생중계를 했다. 황량한 달 표면 위로 지구가 떠오르는 영상이 전송됐다. ‘해돋이’나 ‘달돋이’가 아니라 ‘지구돋이(earthrise)’였다.
이 순간 아폴로 승무원은 무슨 ‘멘트’를 날렸을까?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구약성경 창세기 1장 1~10절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 이런 상상력이라니. 최첨단 과학도 그렇거니와 인간의 감성을 이렇게 결합하다니. 더구나 시점도 크리스마스이브라니. 한편으로는 미국이 우주를 탐험하는 인류의 선두주자임을 전 세계에 각인한 글로벌 미디어 이벤트였다.
2016년 3월 치러진 ‘알파고 대 이세돌’ 대결과 공통점이 있다. 인공지능이 난공불락이라던 ‘인간의 바둑’을 점령했고, 그것을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과시했다. 차이점은? 달 착륙은,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경쟁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 대 우주’의 대결이었다. 그러니 인간은 우주선을 응원하고 인간의 성취를 자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파고가 ‘달 착륙’에 성공하자 많은 인간은 슬픔과 무력감에 빠졌다. ‘인간 대표’가 졌다고 느껴져서다. 아니, 스스로가 마치 느닷없이 ‘괴물 기계’를 맞닥뜨린 달 원주민처럼 느껴졌다.기자들도 그랬다. 바둑을 알거나 모르거나 한 마디씩 거드는데 어느 동료 기자가 그랬다. “지금 알파고가 문제가 아녜요. ‘알파 리포터’라도 등장하는 날에는 어쩔 거예요?” 맞다. 국내에서도 이미 로봇이 프로야구 전적과 증시상황 기사를 써내고 있다.
단순하거나 수치의 조합 같은 기사는 로봇에게 맡기고 이제 인간 기자들은 심층적인 기사를 쓰라는 뜻이겠다. 하지만 인간에게 남겨진 기사가 어떤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로봇은 또 얼마나 급속히 발전을 거듭할지 모른다는 데 불안함과 두려움이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달에 착륙했다. 새로운 시대의 기술과 산업과 일상생활은 어떠할까? 인간다움을 위한 윤리와 철학은 어떠해야 할까? 그보다도 우리의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세상에 없던 신수(新手)를 놓고 인간의 응수를 기다리고 있다. 초읽기 시계가 째깍째깍 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미래의 세계는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의사나 법관, 회계사처럼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직업까지 컴퓨터가 대신하게 될 날이 올 것이란다. 실수는 점점 줄어들고 보다 완벽한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두려움이 더 앞선다.
우리는 컴퓨터의 현재를 알게 됐고, 비로소 그 영역이 어디까지 일 것인가를 걱정하게 됐다. 학습능력이 있고 스스로 판단하는 기능의 컴퓨터가 많은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꿈같은 예언이 현실이 된 사실에 경악할 뿐이다.
뜻 있는 사람들은 이번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다른 세상에 대해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현실은 딥 마인드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SW에 대한 인력개발이 못미치는데다 눈앞의 수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W가 휴대폰 만들듯이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분야이지만 우리는 알파고에 경악할 정도로 뒤처져 있었던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바둑은 체스와 지식경쟁에 이어 인공지능에 점령당했다. 알파고는 더욱 진화할 것이다. 이번 대국을 통해 구글은 많은 이익을 창출했지만 우리가 얻은 교훈도 값지다. 바둑판 밖의 세상을 알파고가 알려준 것이다.
지금 선진국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준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수십년 뒤쳐진 대한민국의 AI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창조적 교육으로의 전환도 시급하고,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활용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것도 안하면 또 소를 잃는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충격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은 미래사회의 발전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실히 깨닫게 해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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