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개승마는 엄동설한 추위에도 눈을 뚫고 새순을 올리는 봄나물의 첫 여왕이자 산에서 나는 소고기다. 눈개승마의 ‘눈’은 ‘누운’의 준말이다. ‘개’는 원종보다 못하거나 흔할 때 붙이는 접두사다. ‘승마(升麻)’와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누워 있는 것 같고, 그보다 못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초명은 가승마(假升麻)이다. 한편, 어린잎이 삼 잎과 닮았다하여 삼나물. 또 인삼향이 느껴지고, 삶아내면 고기를 씹는 질감에 두릅 같은 풍미 등 세 가지 맛이 난다는 뜻을 의미해 삼나물이라 알려지고 있다.
눈개승마는 장미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 식물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생육환경은 낙엽이 많으며 반그늘 혹은 음지에서 자생하며 병충해에 강하다. 우리나라는 전국 각지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다만 제주도에는 없다.
주요 생산지는 경북 울릉군, 충남 청양군, 강원도 평창·영월·화천·정선·홍천군 등지이다. 과거에는 관상용으로 키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이며 경제작물로 활용하기 위해서 지자체에서 자생지를 보존하고 재배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눈개승마는 한약재로 사용되는 고급 보양식 산채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온갖 독을 풀어주며 입안이 헐어 냄새나는 것을 없애주며 인후통을 해소해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눈개승마의 전초(잎, 줄기, 뿌리)에는 단백질, 당질, 섬유소, 비타민 A․U, 칼슘, 사포닌, 살리실알데히드 성분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골다공증 예방, 위염 및 위궤양 억제,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막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관에 지질 성분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주고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또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질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항암효과로 인해서 암을 예방하고 장의 융모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여 비만 환자들에게 좋다.
눈개승마는 섭취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려 무침으로 먹을 수 있다. 생쌈, 튀김이나 전을 부쳐 먹는 등 각종 요리에 넣어서 섭취할 수 있다. 된장국을 끓이거나 비빔밥을 만들거나 장아찌로 두고두고 섭취할 수 있는 알칼리성 나물이다. 얼핏 보면 두릅이 좀 많이 커서 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두릅 맛이 나기도해 두릅으로 알고 먹는 사람들도 있다.
눈개승마는 채취기간이 4월 10일경, 10일 정도로 짧아 일시에 생채로 전량소비하기가 힘들어 채취해 삶아 잘 말려두었다가 비수기에 묵나물(말린나물)볶음으로 내내먹는다. 고기와 같은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육개장에 넣어 먹거나 고사리나물처럼 무쳐 먹는 것이 좋다. 나물에서 쇠고기 맛도 난다고 하니 고기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반기는 나물이다.
묵나물로 요리할 때는 냄비에 묵나물을 넣고 삶아준다. 센불에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서 뚜껑을 닫고 20분 정도 삶아준다. 삶지 않고 뜨거운 물에 1~2시간정도 푹 불려서 요리하기도 한다. 삶은 묵나물은 깨끗이 헹궈서 다시 찬물에 반나절 정도 우려 준다. 그러면 말린 나물에서 날 수 있는 묵은내 같은 것이 사라진다.
다음 물기를 꼭 짜주고 먹기 좋게 4~5㎝정도로 썰어 볼에 담고 국간장, 멸치육수, 매실엑기스, 다진마늘, 파의 흰 부분,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준다. 여기에 들깨가루를 첨가하면 수분도 줄어들고 고소한맛이 배가된다. 요리하고 남은 묵나물을 장기간 보관하려면 물기가 있는 상태로 위생 봉투에 밀봉 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해동 후 요리하면 바로 삶은 것처럼 맛도 좋다.
1996년 마이클잭슨이 내한공연을 왔을 때 눈개승마 나물을 넣은 비빔밥을 처음 먹고 너무 맛이 좋아 3일 내내 그 음식만을 찾았다는 일화가 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우리선조들은 명절이나 잔치 때 필히 눈개승마 나물로 고깃국(육개장)을 끓여 먹었으며, 그 맛을 최고로 여겼다고 한다. 이름조차도 생소한 눈개승마, 봄날 열흘만 채취할 수 있는 귀한 나물이라 더 맘에 든다. 조만간 눈개승마 비빔밥을 먹어야겠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