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침뱉은 술 먹이고 맨땅에 원산폭격
대학생들, 신입생에 조폭 흉내
상태바
침뱉은 술 먹이고 맨땅에 원산폭격
대학생들, 신입생에 조폭 흉내
  • 김윤미기자
  • 승인 2016.03.30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이라는 이유로·액땜한다' 막걸리 세례·음주강요 등 잘못된 악습 이어가
최근엔 모욕감·성적 수치심 느끼게 하는 사례도 빈번…"대학문화 바꿀 자정 필요"

'전통'이라는 이유로 신입생에게 막걸리 세례를 퍼붓는가 하면, 맨땅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도 모자라 MT나 선후배 대면식에서 강제로 술을 먹이거나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례도 빈발하면서 '지성의 요람'인 대학이 추락하고 있다. 

◇ '액땜한다' 막걸리 세례…잘못된 악습 이어가
전북 원광대학교 사범대 한 학과는 지난 4일 신입생 20여 명을 학과 건물 앞에 도열시킨 뒤 막걸리 세례를 퍼부었다.
신입생 환영회의 한 순서로 진행된 '막걸리 세례'는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은 신입생들을 선배들이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리는 고사(告祀)형식의 한 행사다.
학과대표와 선배들은 신입생 환영회라는 명목으로 3월 초 꽃샘추위에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렸고, 이 학과 학과장 등도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에는 부산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동아리 선배들이 고사를 지낸 뒤 신입생들을 강의실로 집합시켰다.
이들은 바닥과 천장에 비닐을 미리 펼친 뒤 그곳에 신입생 10여 명을 도열시키고 고사를 지내고 남은 두부와 김치를 막걸리 안에 넣고 흔들어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졌다. 

◇ '원산폭격·음주강요·성희롱'…도 넘은 대학가 가혹행위
전남의 한 대학교에서는 지난 17일 대면식을 마친 신입생이 선배와 말다툼을 벌인 뒤 도서관 4층과 5층 사이 창문으로 투신했다.
다행히 이 학생은 화단으로 떨어져 목숨을 구했지만 발목 골절과 후두부 출혈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가혹한 얼차려를 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배들은 신입생 수십 명을 엎드려 뻗치기 시키고, 땅 위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 얼차려를 수차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과 선배들은 신입생이 학과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하고 독특한 방식의 인사 강요, 휴대전화 이모티콘 사용 금지 등 각종 이해하기 힘든 '군기 잡기'도 여러 차례 했다.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도 대학가를 병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 22일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는 선후배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한 신입생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생은 전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구토를 하는 등 괴로워하다가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경찰은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학생이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북 구미의 한 대학교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총학생회 간부가 침을 뱉은 술을 마시도록 후배에게 강요하고 이를 말리던 다른 후배를 폭행했다는 주장에 제기돼 총장이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벌칙을 강요하거나 성적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게 하는 등 성범죄 수위에 달하는 가혹행위가 고발되기도 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