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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독도와 다케시마(竹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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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독도와 다케시마(竹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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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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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일본이 ‘독도’라 했으면, 영유권 억지보다 큰 뉴스다. 

지난 연말 언론에 오른 이 기사, 사실이라면 꽤 심각하다. 뉘앙스(語感 어감)의 차이까지 톺아봐야 할 문제다. 독도 얘기다.

MBC는 12월 18일 “일본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 독도’ 정치권 일제히 비판”이란 제목을 기사를 영상과 함께 내보냈다. 내용에서도 ‘일본이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이라고 썼다. 자구(字句)대로 새기면, 일본이 그 섬을 ‘독도’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JTBC도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 더 세진 억지...정부 ‘즉각 삭제해야’”라는 제목을 달았다. 중앙일보도 비슷한 내용과 표현을 실었다. 일본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며 더 억지를 부렸고 (우리) 정부가 바로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훑어보니 신문 방송 상당수가 한 보도자료를 베껴 쓴 듯 이런 字句의 기사를 내보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작성한 보도자료일까? 애국심인가. 독도 문제의 뜻과 유래(由來), 그 전개 양상에 무지한 이(들)의 독단인가. 

언론인들이 베껴 쓴 것이라면, ‘저기서 써줘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추호(秋毫)라도 변명이 될까? 

얼핏 포털뉴스에서 보기에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우리의 독도(獨島)를 일본은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른다’고 설명하고, 우리의 독도와 저들이 부르는 이름인 竹島(죽도)를 구분했다.

일본이 그 섬을 독도(獨島)라고 불렀다면, 그들의 억지와는 별도로 따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외교적인) 중대한 변화다. 일본이 대나무(竹) 없는 그 섬을 竹島라고 불러온 언어적 억지를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한 것인가?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인용한다.

<일본 정부는 16일 발표한 ‘국가 안보 전략’ 개정 문서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폈다. 일본은 해당 문서에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외교노력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 그러나 일본이 억지를 부리며 지들 땅이라고 붙인 이름 다케시마(竹島)는 다른 이름이다. 다케시마가 우리 땅의 이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저 기사의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 독도’는 우리 독도가 아니다.

이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과는 별개의 문제다. 언어(제목)의 문제이며 보도자료나 남의 글(기사) 베끼기에 이골이 난 퇴영적(退嬰的) 언론 풍토의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사에서 기사가 지면 또는 화면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에는 데스크(desk 책상)라는 길목이 있다. 데스크는 조장(組長) 팀장 차장 부장 국장 등의 이름을 가진 선배기자들이 후배들이 제출한 기사를 살펴 취사선택(取捨選擇)하고 보태거나 빼는 장치(시스템)다. 

오자(誤字) 탈자(脫字) 바루고, 사실 관계도 본다. 회사 전통이나 의도 같은 이념이 개입(介入)하기도 한다. 언론사의 핵심(核心), 요즘 유행어로 코어(core), 인체에 비유하자면 척추다. 

일본이 그 섬을 독도라고 불렀다는 저 기사들은 척추 망가진 언론을 떠올리게도 한다. 데스크 시스템이 망가진 언론은 웃음거리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해악(害惡)을 끼치기도 한다. 이제 시민이 눈을 부라리고 저 해악을 감시해야 하나보다. 

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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