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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향토학 방법론(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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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향토학 방법론(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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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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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기울어진 운동장,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실을 어쩌나? 

경사(傾斜)진 운동장에서는 제대로 축구 경기를 할 수 없다. 출발선이 다른 육상 경기를 상상할 수 있을까? 상식이다. 비유적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자주 활용되는 말이다. 가령 ‘금수저’와 ‘구리수저’의 차이 같은 뜻이랄까.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잘 산다는 미국에서도 불평등이나 불공정은 문제다.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가 메이드 인 USA 즉 미국산(産) 제품이었다. 한국서도 책 많이 팔렸는데, 얼마나 읽었을까? ‘(월스트리트에) 저항하라’ 그 유행어도 미국서 나왔다.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부작용이나 식민(제국)주의의 잔재(殘滓)가 기형적으로 확대돼 본디를 흔드는, 되레 ‘사람 사는 세상’을 말아먹는 모양으로도 볼 수 있겠다. 

‘왝 더 도그(Wag the dog)’의 상황인가. ‘왝’은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이다. 저 말은 거꾸로 ‘꼬리가 개(본디)를 흔든다’는 표현이니, 상식이나 눈치학으로 해석해야 할 현대의 특이한 ‘용어’다. 

누가 부당한 힘으로 기울였거나 어쩌다 기울어졌더라도, 경사진 운동장은 고치거나 바꿔야 한다. ‘왝 더 도그’ 같은 저항이나 반동은 무릅써야 한다. 장 담구는 데는 구더기도 낀다. 

향토학이나 향토사 연구자들에게도 절실한 개념이다. 가령 거대한 기득권(旣得權) 층이 돈이나 세력을 써서 ‘(역사의) 흐름’을 비틀거나 오로지한다면, 이는 부당한 역사다.    

일제(日帝)와 한국전쟁, 5·18민주항쟁 등의 현대사에서 기득권들이 제멋대로, 또는 일본과 미국 등 외세(外勢)의 이익에 맞게 구부려놓은 ‘기존의 역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교과서를 넘어서는 ‘새 역사’ 쓰는 일, 늘 염두(念頭)에 두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실은 우리가 배워온 학문과 예술 등의 거의 모든 문물(文物)은 서구(西歐·유럽과 미국)의 당치 않은 우월감이나 패권주의, 그들의 신앙 등을 바탕에 둔 ‘그들의 문명’이다. 크게 보아, 우리의 지성이 그들 역사의 맥(脈)을 따라 사는 것이리니.  

이런 문명이 겨레의 혼(魂)이 바로 서는 것을 방해한다. 바로 보자, 극복하자. 그러나 더 주의할 점이 있다. ‘내 것이 (무조건) 최고’라는, 국수주의(國粹主義)가 빠지기 쉬운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논리는 실은 열등감의 (잠재의식적) 반영이기 쉽다. 찬찬히 자신을 살펴야 한다. 

글을 쓰는 것(집필)은, 대화 또는 정담(情談)과는 여러 점에서 다르다. 또 후세에 (내) 이름과 그 이름이 가진 뜻을 후세에 남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엄정해야 한다.

향토(사)학의 선구자 또는 거목(巨木)을 늘 읽고, 그 생각(주제), 표현법을 배우자. ‘아전인수’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겠다. 자기 지역 상황에 맞는 좋은 가르침을 구해야 한다. 그 사례로, 최근 전남 지역에서 강의하며 인용했던 몇 분 선생님들을 소개한다.  

▲김정호 선생 (진도 등 향토사전문가, 전 언론인) ▲이해준 선생 (사학, 공주대 명예교수, 전 목포대 교수) ▲김희태 선생 (문화재전문가, 남도학자, 전남도문화재전문위원) ▲이윤선 선생 (아시아민속학전문가, 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

위 네 분의 공통점, ‘긍지의 향토학’에 일생을 바치는 ‘큰 공부’들이다. 그래서 저수지가 크고 깊다. 데이터베이스 검색 등으로 접근해보자. 도서관 서점에서 책도 쉬 만날 수 있다. 

인기영합파(派) 지식장사꾼 말고, 진짜 ‘고수’ 찾는 노력이 우리 향토학 공부에 꼭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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