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칼럼] 전세사기특별법, 더 촘촘한 보완을
상태바
[칼럼] 전세사기특별법, 더 촘촘한 보완을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5.01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달 27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2년간 한시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피해자에게 우선 매수 권한을 주고, 낙찰자금을 4억 원 한도에서 저리로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 매수를 원치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할 수도 있고, 생계가 곤란한 경우 생계비도 지원한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전세 사기 지원 대상 요건은 ①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②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 진행 ③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④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⑤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⑥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다. 이러한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그 판단도 국토교통부에 설치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가 지원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사기·깡통전세 전국피해자대책위원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차라리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특별법에서 피해자 인정기준으로 제시한 조건 중 ①요건인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과 ②요건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집행권원 포함) 진행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세입자가 전셋집 입주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지 않거나, 계약 만료 후 임차권 등기 없이 다른 집으로 이사한 경우엔 지원 대상에서 빼는 등 명확한 경계는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맞다. 하지만 나머지 요건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우선 ③요건인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은 피해 주택의 면적과 보증금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명시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했다. 정부는 전용면적 85㎡, 시세 3억 원 이하에 피해 주택이 몰려 있다고 보지만, 면적이나 보증금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해 놓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보증금 기준에 따라 경계선에 근접해 있는 피해자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보증금 3억 원 이하로 확정하는 경우 3억1,000만 원의 세입자는 1,000만 원 차이로 요건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계선 효과’ 때문에 억울하게도 배제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음 ④요건인 ‘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있어서 ‘전세 사기 의도’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집주인의 고의성이 관건인데,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의혹’을 받는 임대인 부부의 행태도 전세 사기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세입자들에게 “세금이 체납돼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소유권을 이전해 가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을 볼 때 고의성이 없었다고 비칠 소지가 있어서다. 정부가 예로 제시한 ‘수사 개시’도 세입자들이 고소하면 반드시 따르는 절차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 의도를 가리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미추홀구 등 피해자들이 밀집된 곳과 달리 고발을 해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소규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⑤요건인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에서 ‘다수의 피해자’를 가른다는 것이나, ⑥요건인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서 ‘보증금의 상당액’을 판단하는 작업도 혼란이 예상된다. ‘다수’나 ‘상당’의 기준 모호성 때문이다. 자칫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야권이 요구하는 ‘떼인 보증금’ 선(先)지원만 빼고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지원책은 거의 망라한 셈이다. 그야말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대책이다. 관건은 정부가 제시한 전세 사기 지원 대상 요건을 어떻게 충족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나 로또 당첨과 같이 어렵다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피해자 특별법’이 ‘피해자 감별법’이 되어선 결단코 안 되는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