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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장애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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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장애인의 길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0.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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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장애인의 길
            - 김찬규作 

발을 헛디뎠다
젖은 낙엽과 내가 딩구르르르…
배낭이 돌부리에 멈춘다
찰나였다
 
산 능선에 내리막길
아프다
삶이 멍들었다
용납하고 흥정하고야 만다
 
한 발짝 내딛는 길
한 움큼 가슴이 열려 있다
자유를 포기한 힘과
내가 버티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치유의 체험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힘은 젊음의 상징이다. 
젊다 해도 힘이 없다면 젊음이 아니다. 
그래도 젊을 때는 마음이 힘을 앞서 어지간한 일에는 겁을 내지 않는다. 

정상적인 육체와 정신이 젊음을 이끌고 간다. 
늙었다고 해도 젊은이 못지않게 힘과 용기를 드러내는 사람은 아주 많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못한 육체를 가졌다면 다르다. 
땅을 디뎌도 허공을 딛는 듯 절뚝거릴 수밖에 없으며 한 발을 나갈 때도 어지러워 헛딛기 일쑤다. 

그게 장애다. 
일부러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장애를 갖든가 아니면 사고로 인한 장애를 갖게 되면 삶은 틀어지게 되어 생활이 불편하다. 
일반인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쌍하게 여기든가 아니면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어 장애인으로서는 난감할 때가 많다. 

김찬규 시인은 정상인이다. 
그러나 작은 사고를 당하여 일시적인 장애를 가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장애인의 애환을 겪었다. 
“과부의 사정은 과부가 알고 홀아비의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라는 말은 동병상련의 처지를 서로 안다는 것으로 당해보지 않았다면 어려운 시정을 모른다는 뜻이다. 

사회는 여러 사람이 합쳐서 만들어지지만 이해하고 합심하지 못하면 비틀어진다. 
전부가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하는 것이다. 

시인은 가벼운 등산길에 낙엽을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고 조금 다친 경우지만 그 작은 장애를 겪으며 장애인의 시련과 아픔을 체험하였다. 

그리고 말한다. 
“산다는 것은 치유의 체험”이라고 겪어보지 않고 어떻게 남의 사정을 알겠는가. 
병든 사회가 치유되는 힘은 서로의 협력에서 나온다는 철학적인 사유의 표현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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