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19일까지 3.4조원↑…2021년 10월 이후 최대 증가폭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긴축 장기화와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으로 급등하면서 불과 한 달 전까지 3%대였던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하단이 4%대로 일제히 올라섰고, 상단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어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등까지 7%대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만 3조원 이상의 가계대출이 불어나는 등 이사 철과 부동산 거래 회복 등의 여파로 증가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지는 추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이다.
약 한 달 전 9월 22일(연 3.900∼6.490%)과 비교해 하단이 0.340%포인트(p)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620∼6.620%)도 한 달 만에 상·하단이 모두 0.060%p씩 올랐다.
같은 기간 두 금리가 주로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각 0.270%p(4.471→4.741%), 0.060%p(4.048→4.108%) 상승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은행채 등 시장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면서 상승세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50∼7.14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280%p, 0.044%p 높아졌다.
결국 최근 시장금리가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나 변동금리 모두를 밀어 올리면서, 하단의 3%대 금리는 사라지고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6%대 후반으로 7%대에 바싹 다가섰다.
KB국민은행은 앞서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올렸고,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상품군의 금리를 최대 0.3%p 높였다. NH농협은행은 17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p 축소했다.
지난 4월 기준금리(3.50%)조차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대부분 최근 4%대를 회복했다.
시장금리가 뛰는 데다, 은행들로서는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높은 금리로 받아 놓은 정기예금들을 빼앗기지 않고 다시 유치하려면 스스로 금리를 올려야 할 입장이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자금 경색이 심했던 지난 10월 이후 고금리로 힘겹게 끌어모은 정기예금의 만기가 곧 돌아오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현재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최고 우대금리가 4.00%를 넘는 것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4.35%),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4.30%), DGB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4.25%), Sh수협은행 '헤이 정기예금'(4.15%),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4.13%), 제주은행 'J정기예금'(4.10%),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4.0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4.05%) 등 20개에 이른다.
지난달 24일 같은 포털에 공시된 4%대 정기예금 상품 수(10개)와 비교해 불과 약 한 달 사이 4% 이상 금리를 주는 시중은행 정기예금이 두 배로 늘었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 상승과 추가 인상 전망과 상관없이,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천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3천294억원)보다 3조4천27억원이나 더 늘었다.
이달 들어 약 20일 만의 증가 규모가 이미 2021년 10월(+3조4천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6천814억원(517조8천588억원→520조5천402억원) 불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8천871억원 반등했다.
만약 이 추세대로 10월 전체 신용대출이 9월보다 늘어날 경우, 2021년 11월(+3천59억원) 이후 1년 11개월만에 첫 증가 기록이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10월 가계대출에 대해 "9월 가계대출 둔화 요인(영업일 감소·상여금 유입 등)이 해소된 데다, 통상 가을 이사 철 효과도 있고 주택거래량이 7월보다 8월에 크게 확대된 부분도 있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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