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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성장 늪 벗어날 생존전략 새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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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성장 늪 벗어날 생존전략 새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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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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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으로 1%대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하락 추세가 이어져 자칫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동해도 경제 성장률이 1%대 중후반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경기부양책을 써서 성장률을 2% 이상으로 키울 수도 있겠지만, 인플레이션과 같은 후폭풍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지난 10월 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9%로 처음으로 2% 선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잠재성장률은 1.7%까지 추락하며 1.9%인 미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추정했다. OECD가 200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주요 7개국(G7)에 뒤처지기는 24년 만에 처음이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 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1.8%), 캐나다(1.6%), 영국(1.2%), 프랑스(1.1%), 독일(0.8%), 이탈리아(0.8%), 일본(0.3%) 순이었다. 내년의 경우 미국(1.9%)이 0.1%포인트 높아지고, 일본(0.2%)은 0.1%포인트 떨어진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캐나다·이탈리아·영국 등은 잠재성장률이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머지않아 한국이 다른 G7 국가들에도 역전당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일본식 저성장 장기화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징후로 보인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갈등과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이 두 쪽으로 나뉘게 될 때는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중국과 OECD가 동맹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 상황에서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4% 가까이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주요국의 GDP 감소율이 2% 이하인 것에 비해 한국 피해가 큰 셈이다. 게다가 중국과 OECD가 모든 국가를 상대로 비관세 무역장벽을 강화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상황에서는 한국 GDP가 10% 감소해 중국의 6.9% 감소보다도 타격이 더 컸다. 이렇듯 IMF는 공급망 재편이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국가 생존전략을 새로 짜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 총체적 복합위기)’에 우리 경제가 휘말리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저하는 예고된 위기다. 저출산·고령화의 광속가속화로 인한 인구감소, 사교육비 부담과 노후 걱정이 얹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기피의 ‘축소 사회’로 급속한 진행, 기업의 발목을 잡는 세계 최고 강도의 규제와 이익집단의 반발 및 불합리한 정책, 경직된 노동시장, 창의성 높은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교육, 중국과 반도체에 쏠린 수출시장, 미-중 경제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데다 청년들의 구미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년마다 1%포인트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5년 1% 하락의 법칙’이 계속 작동하고 있다. 196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장률이 8%를 넘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부터 30년을 보면 장기 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 ‘5년 1% 하락 법칙’ 저지는 우리 경제의 제1과제다. 설상가상으로 대외환경 악화로 인해 괜찮은 제조업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제조업 수출 전략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국가 경제 정책이 여전히 제조업에만 집중되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제조업 최강국 독일이 중국과 자동차시장이 위축되자 ‘유럽의 병자(Sickman of Europe)’ 소리를 듣게 된 현실은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금융 의료 등 서비스 부문의 혁신으로 중화학, 첨단 ICT에 이은 제3의 성장동력원을 확보해 나가는 성장 방식의 대전환이 화급한 과제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몇몇 대기업,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수출에만 의존하는 성장전략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규제 체계의 근본적 혁신, 공격적 이민 정책 등을 통해 잠재력을 반등시킨 선진국의 사례를 전범으로 삼아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생존전략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할 때다. 노동력을 결정하는 인구 문제의 경우, 동족방뇨(凍足放尿)의 미봉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재의 저출생 대책으로는 해결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더 늦기 전에 더욱더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젊은이들의 피부에 와닿는 획기적이고 진일보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함은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연구개발(R&D)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미래 산업 발굴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거나 생산요소의 효율을 높이는 일은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혁신이 첩경이다. 아울러  노동·교육·연금 개혁과 규제 완화·기술 혁신 등 치열한 구조개혁을 통한 국가 시스템 쇄신만이 저성장 탈출의 지름길임도 명찰하고 적극 실천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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