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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AL858기 폭파사건, 평화로운 하늘길마저 테러 대상으로 삼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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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AL858기 폭파사건, 평화로운 하늘길마저 테러 대상으로 삼은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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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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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주 前 국방정신전력원 전문연구원

1987년 11월 29일, 버마(現 미얀마) 근해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대한항공(KAL) 858편 보잉 707 여객기(이하 KAL858기)’가 공중폭발해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당일 오전 5시 30분경,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KAL858기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태국 방콕을 경유해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경,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버마 랑군(現 양곤) 지상관제소와 ‘정시 방콕 도착, 시간과 위치 정상'이라는 교신을 끝으로 실종됐다. 비행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총 115명이 탑승해 있었다.

대한항공은 방콕에 현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KAL858기 수색에 착수했다. 우리 정부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1)에 KAL858기 수색을 정식 요청하고, 안다만 해역과 인접한 태국과 버마에도 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외무부(現 외교부) 2차관보를 비롯한 국내 조사단도 파견해 수색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와 대한항공은 비행기가 테러로 인해 공중에서 폭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랍에미리트 주재 한국 대사관과 대한항공 지사에 KAL858기 이동 경로인 바그다드-아부다비 지점 탑승객 명단을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확인 결과, 일본인 하치야 신이치, 하치야 마유미가 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

12월 1일, 바레인 공항에서 출국 수속 중인 마유미가 가지고 있던 여권이 위조여권으로 드러나 바레인 경찰에 검거됐다. 더 이상 자신들의 신분과 범행을 감출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은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신이치는 사망했지만, 마유미는 2일 뒤 의식을 회복했다.

국가안전기획부(現 국가정보원, 이하 안기부)는 KAL858기 폭파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추정해 바레인 수사당국에 용의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그리고 12월 15일, 마유미의 신변이 우리나라에 인도돼 사건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처음 그녀는 중국어와 일본어를 사용해 외국인 행세를 하며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12월 23일, 그녀는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마유미의 본명이 ‘김현희’라는 것과 그녀가 북한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現 북한 정찰총국 해외정보국) 소속 공작원임이 밝혀졌다.

이듬해 1월 15일, 안기부는 KAL858기 공중폭발 사건 범인이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한 대남공작원들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바레인 공항에서 자살한 신이치와 체포된 마유미는 북한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특수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로 밝혀졌다. 이들은 ‘서울올림픽 방해를 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하라’라는 김정일 친필 지령에 따라 라디오로 위장한 폭탄과 술로 가장한 액체 폭발물이 9시간 뒤 폭발하도록 조작한 뒤, KAL858기 기내 수하물 선반 위에 놓고 폭발시켰다.

안기부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북한은 이 사건과 무관함을 강변했다. 1월 16일, 북한 평양방송은 ‘수사결과 발표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탁상머리에서 짜낸 날조품이자 거짓과 기만으로 일관된 것이며, 이는 안전기획부 등이 조작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군사적 보복 대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를 펼쳤다. 외무부는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에 북한 규탄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며, 북한의 비인도적 행위 비판을 위해 외교력을 집중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KAL858기 폭파라는 반인륜적 행위를 벌인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자 했다. 미국은 1월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북한과 외교관 접촉을 금지시켰다. 또한, 북한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며 세계 모든 반(反)테러 국가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여론 형성에 동참하고 테러 응징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협의해 국방력을 증강하며 군사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했다. 북한은 이 사건이 국제사회로 알려지자 테러국으로 낙인찍혀 고립을 면치 못했다.

KAL858기 폭파사건은 항공보안 대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도 됐다. 6월 28일,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보안 회의에서 대한항공을 포함한 각국 항공사들은 항공범죄에 대해 강화된 항공보안 대책 마련을 결의했다.

1988년 9월 17일,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도발과 테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다. 10월 2일까지 진행된 서울올림픽은 소련, 중국 등 공산권 국가를 포함한 160개 국가가 참가한 당시 역대 최대 규모로, 국제사회로부터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았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조우주 前 국방정신전력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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