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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승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는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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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승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는 사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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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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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시인·수필가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벌 때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말고, 번 돈을 쓸 때는 어엿하고 보람 있게 쓰라는 말이다. 

이 말이 의미(意味)하는 바는 돈을 제대로 쓰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개같이 벌어서라는 대목이다. 

개(犬)는 학(鶴)처럼 귀티가 나는 동물이 아니라 먹을 것이 있으면 똥구덩이에도 들어가는 동물이다. 그래서 옛날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개를 키워 아이의 똥을 개가 먹어 치우도록 했다. 그런 개처럼 돈을 벌라고 했으니 어찌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이 속담이 생겨날 당시에는 경제상황(經濟狀況)이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못 먹고 헐벗은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변칙이나 무리한 행동은 용납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 사회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멀쩡하던 사람도 권한(權限)이나 권력(權力)이 있는 자리에 앉으면 부패(腐敗)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부자(富者)가 존경(尊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축재(蓄財)를 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와이로, 급행료, 떡값, 촌지, 커미션, 리베이트 등 뇌물의 명칭도 참 다양하다. 

뇌물(賂物)로 건네지는 돈은 한 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주고 싶어서 주는 돈이 아니라 마지못해 주는 돈이다. 그렇다 보니 이 돈이 올바르게 쓰일 리가 만무(萬無)하다. 

난마(亂麻)처럼 얽힌 우리 사회(社會)의 부조리(不條理)는 돈과 엮이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인간이 살아가자면 돈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직장을 다니고 땀 흘려 일을 한다. 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조건(必要條件)이기는 하지만 숭배(崇拜)의 대상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배척의 대상도 아니다. 돈은 사람을 유혹하는 마력이 강하여 누구나 쉽게 빠져든다. 

돈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解答)을 찾지 못하고 돈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돈의 유혹(誘惑)을 적절하게 통제한다면 비리와 부정을 근원적(根源的)으로 차단할 수 있다. 

무조건 돈을 벌자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危險)한 발상(發想)이다. 이런 생각이 범죄(犯罪)를 만들고 패가망신(敗家亡身)으로 이끌어 간다. 돈을 지배하되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을 벌되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깨끗하게 벌어야 한다. 그렇게 벌어서 부자(富者)가 되어야 존경(尊敬)을 받을 수 있다. 

떳떳하게 번 돈이 가치가 있고, 이런 돈이 많이 축적될 때 사회가 건강해진다.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前)에 그 부(富)의 원천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한다.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된 사회이다. 

정승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려는 노력이 사회와 개인을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 모두 사회(社會)와 개인(個人)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 즉 돈을 정승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는 일에 몰두(沒頭)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병연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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