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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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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봄은 오는가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3.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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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절망과 실망보다 꿈과 희망은 언제나 생기를 돋게 하고 삶의 의욕을 충전시킨다. 한겨울 동안 죽은 것만 같았던 나뭇가지마다 새싹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희망의 봄을 맞이하게 됐다. 우리도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피고 활기찬 모습으로 당당하게 걸어봅시다. 미세먼지와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상황일지라도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살을 에는 바람에도 꿋꿋이 버티면서 인고의 꽃망울을 품은 ‘자연’이 날갯짓을 시작하는 계절이다. 몸과 마음이 벌거벗겨진 채 엄동설한에 내쫓긴 ‘이들’에게도, 구들목에서 질탕거리며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그들’에게도 봄은 어김없이 오고 얄밉게 아름답다. 사계절은 순환하지만, 서민들의 실상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금리까지 높아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물가 오름세도 여전해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대출을 갚지 못해 폐업하는 상점이 속출하는데, 경기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하니 취약계층엔 ‘1년 내내 한겨울’인 셈이다. 서민경제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여러 가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9조 1000억원이 ‘카드 돌려막기’에 활용됐고,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 규모와 비중은 각각 450만명, 22.6%로 사상 최대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도 동반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파산 직전의 개인회생 신청은 9만437건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서민경제가 추락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4월 총선 승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 여야는 모두 민생을 챙긴다고 외치지만 ‘공염불’이다. 표만 보고 무너져 내리는 서민 삶은 외면하고 있다. ‘권력욕만 가진 이들로 가득 차 할 줄 아는 것은 정쟁뿐’이라는 냉소가 가득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강물 같다.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다. 우리에게는 꽃 피는 봄이 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저력도 있어 얼어붙은 땅을 일궈 씨를 뿌리면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광주 출신 이성부 시인은 ‘봄’을 이렇게 묘사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라고. 그리고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라고. 봄이라는 것은 어차피 오는 자연의 섭리 순환이며 인간의 세상도 이와 마찬가지라 새로운 시대는 언젠가 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자세로 제 일에 충실하다 보면 삶의 희망과 기회가 반드시 온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버티며 열심히 살아왔다면 더욱 알차게 다가올 것이다. 삶은 도전과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고,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저항 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육사 시인은 그의 시 ‘절정’에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묘사했다. 겨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희망은 강철과 같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찬란히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작년에 지구촌 곳곳은 전례 없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홍수, 산불, 지진 등이 발생했다. 그 원인은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올겨울에 이상고온을 겪다가 서울에서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찾아오는 극단적 날씨 변화가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 산업 등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불안정한 기상현상 탓인지 겨울 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도약해보고 싶은 새 기운을 느끼고자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봄에 들어서는 3월에는 105년 전 일제에 항거하는 3·1운동이 일어났고 4월에는 64년 전 4·19혁명, 5월에는 65년 전 5·16군사정변이 있어 과거의 역사와 봄철의 관계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최근 두 편의 영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정치군인들이 일으킨 쿠데타를 소재로 삼았고 ‘건국전쟁’은 한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재평가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진보·보수 진영의 시각을 담은 다큐로 현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문화마저 정치적 진영으로 편이 갈라진다면 우리는 어디서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로 변질된 역사적 사실을 미래 세대들에게 올바르게 교육시켜 선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주변의 상황이 울적하게 만드는 요즘이다.

최근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의료대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정치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형상이다. 모든 것이 정치적 소통의 부재로 결국엔 정치 리더십과 경제성장의 결과로 연결된다. 오는 4월10일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고통 받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누가 정직하게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고, 환경, 안전, 건강 문제, 최근 이슈인 인공지능(AI), 선진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의 대한민국 발전을 볼 줄 아는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다가오는 봄철에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미세먼지와 불청객인 황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부디 정치적으로 안정된 맑은 공기로 숨 쉴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맑고 깊은 향기 때문에 선비의 품격을 나타내는 꽃으로 많이 표현돼 왔다. 여러 가지로 불안정한 기후변화와 정치 상황 속에서 바라는 것은 매화와 같은 품격을 갖춘 국회의원들이 선출돼 따스하고 안정된 봄날을 가져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우리는 봄의 향기를 맡기 위해, 생존을 위해,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비바람의 봄꽃도 아픔의 애처로움 뒤에는 새 생명이 잉태를 할 것이다. 무수한 생명의 생성이 곧 기쁨과 환성으로 가득 찰 봄을 그려본다. 봄이여 어서 오라. 어느덧 3월, 강철과 같은 시련은 가고 희망과 행복의 무지개가 피는 봄이다. 봄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선사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과 용기를 주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희망은 우리 삶의 앞길을 밝히며 밀어주고 끌어 주는 동반자이다. 여러 가지로 불안정한 기후변화와 정치 상황 속에서 바라는 것은 매화와 같은 품격을 갖춘 국회의원들이 선출돼 따스하고 안정된 봄날을 가져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 있는 한 희망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자. 그래서 3~4월에 부는 봄바람은 잦고 어지럽다. 3월은 마음조차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어지러운 봄바람의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예로부터 문인들은 매난국죽(梅蘭菊竹)을 사군자(四君子)라 부르며 이들을 군자의 인품에 비유해 왔다.

그중에서도 매화는 ‘설중매화’, ‘설중군자’라고도 하였는데, 개화 시기가 빨라 종종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날이 따뜻해지고 나서야 피는 다른 봄꽃들과는 다르게, 채 가시지 않은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는 매화의 특성은 남들보다 먼저 고개를 드는 기개와 지조로 상징되곤 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합종연횡의 구태는 정당제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 민주화의 괄목한 만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의 정치이익을 표출하고 집합시키는 정당의 기본적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정당의 실정이다. 이번 총선이 정당정치의 진정한 봄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정녕 ‘단꿈’에 불과한 것일까.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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