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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독문·불문과 폐지 수순…'인문학 위기' 가속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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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독문·불문과 폐지 수순…'인문학 위기' 가속화되나
  • 백인숙 기자
  • 승인 2024.04.24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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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두 학과 신입생 '0'…이사회서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 개정안 통과
학교측 "장기적 생존·발전 위해"…학내 "민주주의 유린한 처사" 반발
덕성여자대학교 전경. [덕성여대 제공]
덕성여자대학교 전경. [덕성여대 제공]

덕성여자대학교 내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인문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덕성여대에 따르면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회는 전날 2025학년도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 신입생 미배정, 259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계속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교가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하면서 "2023학년도에 평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유지가 불가한 전공의 학사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두 학과의 신입생 미배정 계획을 담은 학칙 개정안을 공고한 것은 지난해 6월, 올해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 공고는 모두 대학 운영과 관련한 심의·자문을 하는 대학평의원회에서 부결됐는데 한 달여 만에 같은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재차 공고한 것이다.

결국 이달 5일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는 찬성 7표, 반대 5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평의원들에 대해 압박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학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교직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학평의원회의 부결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재차 삼차 동일안을 상정하고 평의원들에 대한 지속 압박을 통해 끝내 통과시킨 것은 분명 대학 민주주의를 유린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평의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부 교수들은 지난달 전체교수회의 이후 "총장은 우리 대학의 지나친 민주주의가 문제라고 주장하며 대학평의원회의 두 차례 의결 결과를 비정상이라고 폄훼했다"며 반발했다.

덕성여대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은 "될 때까지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듯 같은 내용을 넣은 안건을 세 번째 상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내 대학 중에서 기초인문학을 대표하는 독어독문·불어불문학과가 한꺼번에 폐지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2009년 동국대가 독어독문학과를 폐지했고 2005년 건국대가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를 'EU(유럽연합)문화정보학과'로 통합했다. 동덕여대는 2022년 독일어·프랑스어과를 '유러피언스터디즈 전공'으로 통합했다.

전국 인문대학장들은 덕성여대의 학과 폐지 결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혜중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은 "교육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무전공 입학 비율을 늘려야 하는데 타 전공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대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해 이미 두 과가 사라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창우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장도 "이번엔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과이지만 다음엔 어떤 학과가 없어질지 모른다. 대학이 기초학문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합대학의 기능 일부를 포기하는 것인데 이게 과연 학문 발전에 좋은 일일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매일신문] 백인숙기자
insoo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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