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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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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제69회 현충일을 맞아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6.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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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6월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명언은 특별히 한국적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듯하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가 새롭게 재해석되는 과정 속엔 다양한 사회집단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숨어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역사적 의미 평가 작업에 담긴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 도 아니면 모 식의 단순명료한 이분법만큼은 필히 경계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지금도 지치지 않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들의 처참했던 역사를 성찰하는 과정에서 서구 열강의 세력권 다툼으로 어이없이 희생된 비극의 역사가 드러나기도 했고, 가장 비인간적인 수용소 상황에서 오히려 인간애의 정수가 꽃피던 감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왜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는가, 뼈아픈 탄식과 반성이 이어졌는가 하면 지극히 나이브했던 당시의 현실인식에 대한 통렬한 자성도 등장했다. 혹 집단학살의 공포가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모습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채 우리의 삶 속을 파고드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경계하며 역사의 오류가 반복되지 않기를 갈망하는 그들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그러고 보면 우리 과거는 전면적 부인(否認)의 대상이 되거나, 일정한 시간이 흘러 ‘이제야 말할 수 있다’는 군색한 변명을 반복해온 듯하다.

과거가 늘 극복의 대상이 되는 역사라면, 역사 속 오류가 스캔들이나 가십 수준에서 기록되는 사회라면 별 희망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는 오늘에 비추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마땅하고,역사 속 오류는 언제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할 것이다.시간이 지나 폭로의 형식으로 역사가 기억되는 사회일수록 억압적 독재 사회의 전형임은 세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지 않던가.  6·15의 의미와 6·25의 위상이 상호배타적 지점에서 설정돼선 안 되며, 어느 한편이 지나치게 윤색되거나 평가절하되는 오류도 경계해야 하리란 생각이다. 나아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사회 전체 구성원이 일사분란하게 동일한 의견을 갖는 상황은 내편 네편 가려 분열되는 상황보다 더욱 암울할지도 모를 일이기에 6·15에 대한 해석과 6·25에 대한 의미부여 작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이 부지기수지만 그 중 사학자들은 한반도 존폐위기까지 내몰렸던 시기를 두 가지로 꼽는다.먼저 고려시대에 겪었던 40년 대항쟁의 연대기다. 몽골군은 동아시아에서 동유럽까 전 유라시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고려는 국권만큼은 내주지 않고 사대관계를 맺었을 뿐 끝내 편입되지 않았다. “눈 덮인 길 걸어갈 제/ 행여 그 걸음 아무렇게나 하지 말세라/ 그날 남긴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서산대사의 ‘야설’)” 고려인은 후세에 부끄럽지 않을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라는 저항의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험난한 생을 처절한 포복으로 넘었다.두번째는 일제 강점기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조선, 만주, 중국을 취함으로써 러시아와 미국에게 입은 손실을 복구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선포하고 경제적 수탈, 소유, 정치적 지배를 모두 추구하는 야심을 드러내더니 태평양 전쟁 후반에는 ‘내선일체’정책을 실시하면서 조선어 말살, 신사참배 의무화, 천황에 대한 충성서약 강요 등 수탈을 넘어 정복, 합병을 목적으로 집요하고도 악랄한 식민정책을 펼쳤다.하지만 암울한 그 시대에도 국권회복을 위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세계사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평민의병항쟁, 애국계몽운동, 상인·농민·천민에 이르기까지 애국자들의 ‘살신성인’하는 격렬한 투쟁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천번의 외세 침략에도 우리는 치열하게 버텨왔다. 위기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우리 몸에는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해온 유전자가 살아 숨 쉬고 있다.대한민국은 지금 세계에 빛나는 경제교역국으로 성장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경제만이 발전일까.

국가 비전에 대한 각오는 ‘정신적 근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갈파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살피고 간과한 부분을 찾아야 할 때 이다.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우리 것의 핵심을 찾아 세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족의 DNA, 고유의 역량을 쌓아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미완의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6월은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 한 달만이라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상기해보자. 신의 신념을 위해, 국가를 위해, 몸을 내던졌던 용기.그런 순군선열들의 찬연한 얼을 돌이켜 보고 감사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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