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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개교 70주년 ‘이승만 전 대통령 조형물’ 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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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개교 70주년 ‘이승만 전 대통령 조형물’ 설치 논란
  • 인천/ 정원근기자
  • 승인 2024.06.23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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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창회 "창학에 이 전 대통령 역할 커··· 역할 확고히"
"특정인 우상화 우려"··· 교내 반대 여론에 기공식 취소
인하대학교 교내에서 학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 조형물 설치가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인하대 총동창회 홈페이지 갈무리] 
인하대학교 교내에서 학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 조형물 설치가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인하대 총동창회 홈페이지 갈무리] 

인하대학교 교내에서 학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 조형물 설치가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23일 인하대학교 총동창회에 따르면 동창회는 대학 정석학술정보관(도서관) 남측에 조성할 ‘하와이·인하 공원’에 이 전 대통령 사진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조형물 계획은 인하대 개교 70주년을 맞아 창학 역사를 다시 조명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전 대통령이 인하공과대학(인하대 전신) 초대 학장에게 교기를 전달하는 둥근 형태 사진이 지름 3m 크기로 들어갈 예정이다.

동창회는 학교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 공원 내 가로 18m, 세로 3∼6m ‘ㄴ’자 형태 벽면에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피난지 부산에서 김법린 당시 문교부장관에게 인천에 공과대학을 설립하라고 지시했고, 기부금을 모으고 정부 보조금도 보태는 등 대학 건립을 지원했다. 

이에 동창회는 이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인하대 개교 자금을 지원한 미국 하와이 교민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 5장도 각각 가로·세로 각 1.5m 크기 조형물로 설치할 계획이다.

하와이 교민들은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동을 견디면서 인하대 개교 자금을 보탰고 이들의 헌신을 기리려고 인하대라는 이름도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그러나 하와이 교민보다도 이 전 대통령의 사진을 비중 있게 설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창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형물 설치가 자칫 특정인을 우상화하는 작업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불필요한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준석 인하대 총학생회 동문회 회장은 “특정인을 부각해 우상화하기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사랑했던 하와이 이민자들의 동포애를 부각해야 한다”며 “특정인 우상화는 북한의 김일성 삼부자와 다를 게 없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동포들의 성금에 보다 중요
한 가치가 있는데, 이승만을 부각하면 가려질 수밖에 없다”며 “호불호가 갈리고 논쟁이 있는 이 전 대통령 조형물을 나중에 후배들이 훼손할 경우, 학교의 오점이 될 수 있다”고 제기했다.

반면에 인하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인하대 창학에서 이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분명한 사실”이며 “개교 70주년을 맞아 동상을 복원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논란이 있어 약화한 형태로 조형물 설치를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 구성원 중 일부는 불만을 표현하고 있지
만, 동창회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대학 설립자로서 이승만의 역할을 확고히 하려고 한다”며 “이 전 대통령 외에도 인하대 역사를 함축하는 사진을 함께 설치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인하대는 조형물 설치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자 당초 지난 21일 진행하기로 한 기공식 행사는 취소한 상태다.

인하대 관계자는 “기공식은 교내.외 의견 수렴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 불가피하게 취소했다”며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조성하는 시설인 만큼, 교내외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인하대에서 이 전 대통령 기념물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교내 인경호 인근 정원에는 1979년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이 높이 6.3m(좌대 3m 포함) 규모로 건립됐으나, 학생들은 5년 만인 1984년 그의 독재와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민주화 시위 중 동상을 밧줄로 묶어 철거했다.

또 2010년에는 인하대 총동창회와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 주도로 동상 재건이 추진됐으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무산됐다.  

[전국매일신문] 인천/ 정원근기자
wk-o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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