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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염두’의 철학적 어원론(語源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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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염두’의 철학적 어원론(語源論)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7.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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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론인·슬기나무언어원 원장

생각은, 두뇌(머리)가 아닌 심장(마음)으로 하는 것이요.

생각 염(念)과 머리 두(頭)의 합체, 이런 배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念頭(염두)란 말을 자칫 혼동하고 오해한다. 

먼저, 頭 즉 ‘머리’가 영어 문법의 전치사(前置詞)처럼 위치(자리)를 지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자. 생각(을 구성하는 서랍이나 사다리)의 제일 윗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머리꼭대기란 말을 상상하자. 

‘생각’이라는 작용(作用)을 하는데 가장 우선적으로 치켜드는(들어야하는) 사항이나 그 위치(중요도)를 이르는 개념이다. 

요즘도 언론에선 30%쯤, 동영상까지 활개 치는 SNS 공간에서는 반반쯤 또는 그 이상 틀리는 것 같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맞춤법에 맞게 쓰자.’는 뜻으로 말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말글 사용의 (사회적) 약속’인 맞춤법의 잘못이 아니다. 의미의 착란(錯亂)인 것이다. 이 念頭처럼 가령 이(李)선생의 말(개념)이 정(鄭)선생에게는 A로, 강(姜)선생에게는 B로, 박(朴)선생에게는 C로 각각 달리 들린(이해된)다면 이는 좋은 말이 아니다. 

念자의 어원을 풀어보면 뜻이 보다 맑고 밝아질 터다. 의미론의 의의(意義)이자 쓸모다.

서양학문으로 공부의 바탕을 쌓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생각’은 머리가 하는 것이다. 갑골문에서 비롯된 동아시아 문명의 마음으로 풀면, 생각을 하는 신체의 부위는 심장 즉 마음(心)이다. 그림을 보니, 생각 사(思)가 그렇고 오늘의 주제 염(念)이 또 그렇다.

念자의 윗부분을 주목하자. 갑골문 등 옛 글자의 3천년 흔적과 변천(變遷)을 보면 입 구(口) 글자의 옛 모양이 거꾸로 놓이고 심장이 그 아래에 있다. 입이 심장을 머금은 형세다. 

또는 머금을 含(함)자의 일부분이 심장(心)으로 바뀌어 ‘마음을 머금은 것’의 의미(이미지)를 이룬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자는 이렇게 그림을 읽는 것이다. 문자의 철리(哲理·철학적 이치)에 다가서는 것이기도 하다. 

갑골문에서 비롯한 한자는 인류 최초의 추상화 중 하나다. 일과 물건 즉 사물(事物)을 그림으로 그린, 그런 이미지의 해석은 (한자에 비해 형상화의 수준은 낮지만)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의 소를 연상케도 한다. 인류학적 보편(普遍)의 원리다.

이제 ‘염두하다.’라는 말을 ‘생각하다.’로 착각하는 이들이 마음을 고쳤으리라 본다. 그 (활용의) 어법(語法)은 ‘염두에 두다.’가 원칙이다. 생각(念)의 사다리 제일 윗부분에 그 (중요한) 주제를 놓는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중요한 주제(얘기)를 말하는 것이다.

해도 해도 ‘염두하다’로 쓰는 이들이 (심지어) 신문과 방송에서도 그치질 않는다. 본색을 읽어보자면 ‘생각의 머리를 하다.‘라는 웃기는 뜻이 된다. 이제 이런 경우를 보면, 이름까지 꼼꼼히 적어 오용(誤用)의 사례로 발표하려고 한다. 시민 대중에게 일러바치겠다는 얘기다. 

공인(公人)의 말글에 대한 무지는 일반 시민 등 언중(言衆), 특히 어린 세대들을 오도한다. 문화의 바탕인 언어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공인‘인 언론이나 작가 등의 책임인 것이다. 물론 그런 공인들도 저런 망가진 선례(先例)를 보고 잘못된 표현을 익혔으리라. 

그 사슬 끊자. 말은 생각의 집이다. 그 집은 또 말을 배태(胚胎)해 다른 오류를 낳는다. 이런 사실을 늘 ’염두에 두는‘ 언어생활이 절실하다. AI 등 기술 개벽(開闢)의 급박한 신호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바보여선 아니 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론인·슬기나무언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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