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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의원들만 즐거운 금배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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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의원들만 즐거운 금배지의 가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7.0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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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탄압받고 박해받는 북한의 2600만 명을 위해 한국 정부와 연대하는 의미로, ‘물망초 배지’를 착용한다. 억류자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이들을 즉각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

영국의 북한 관련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 소속 의원들이 지난 3월 2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국회의사당에 모여 ‘물망초(勿忘草) 배지’ 착용 행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공동 의장인 제프리 클리프턴 브라운 하원의원과 데이비드 알턴 상원의원, 공동 부의장인 캐서린 웨스트 하원의원과 소니 레옹 상원의원, 전 공동 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 등 포함된 APPG NK는 영국 의회 내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이들은 이날 북한 억류자들의 송환을 호소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물망초의 꽃 이름은 ‘나를 잊지 말라(forget me not)’는 의미다.

물망초 배지는 납북자 문제가 관심을 얻기 시작한 2000년대에 처음 등장, 2011년경 납북자 가족 협의회의 주도로 국내에 확산하기 시작한 가운데, 통일부는 올 2월 북한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 포로의 송환을 염원하는 상징물로 물망초를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오는 10월 8일까지 열리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통일부가 마련한 ‘세송이 물망초의 정원’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행사 개막 당시 “올해뿐 아니라 (납북자)문제가 해결되는 그 날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세 송이 물망초를 피워낼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는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1차 대전 희생자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물망초 배지가 쓰인 적이 있다.

‘배지’는 신분 따위를 나타내거나 어떠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옷이나 모자 따위에 부착하는 물건으로, 모양도 다양하다.

요즘 특권의 상징이 된 국회의원 금배지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차갑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회의체 구성원으로서, 국회의 의사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책무를 지며, 그 직책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 발언·표결의 자유와 불체포특권 및 상당한 세비와 기타 편익을 받을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이 다양한 이해나 편견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주성·독립성 확보를 위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특권이 무려 200여 개나 생긴다.

각종 수당을 합쳐 국회의원 한 명당 월평균 1000만 원, 연간 1억2000만 원 정도를 받고,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국유(國有) 철도와 선박, 항공기는 공짜로 이용한다.

비행기는 비즈니스석이 배정되며, 국회의원 1명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진 7명 정도를 채용하고, 인턴 직원도 둘 수 있다.

세비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의 국회의원 급여는 GDP의 2배 수준이지만 한국은 4배에 가깝다.

특히,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 특권’은 과거 독재 시대에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비리 의원이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방패로 남용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도 근거 없는 비방과 흠집 내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면책특권은 국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통제 기관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국민의 대표자로서 공정한 입법 및 민의의 충실한 반영을 위해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음으로써 국정의 문제점을 자유롭게 질의할 수 있도록 한 취지였지만 요즘은 무색해졌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금배지 대신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의 상징이자 평화를 의미하는 태극기 배지를 달자”

지난 2016년 7월 당시 백재현 당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내 제안했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에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가족 보좌진 채용 문제 등이 불거지자 특권을 내려놓자고 한 것이다.

같은 해 10월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이끌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도 의원 세비를 줄이고, 금배지를 달지 말자고 권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특권 내려놓기에 나섰지만 실현하지 못한 채 항상 공염불에 그쳤다.

금배지가 갖고 있는 헌법상의 의무로는 청렴·국익 우선의 의무, 지위 남용의 금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겸직금지 등을 들 수 있다.

국회법상의 의무는 국회 본회의와 위원회에 출석해야 하며, 회의에 있어서 의사에 관한 법령 규칙을 준수하고,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국회의 위신을 손상시킬 수 없으며, 다른 의원을 모독하거나 언론을 방해할 수 없고, 의원의 질서유지에 관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했다.

금배지는 특혜와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온 지 이미 오래다. 국회의원의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때 ‘특권 폐지’ 목소리는 잠재워질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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