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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허리수술을 받았는데도 계속 아파요. 수술이 잘못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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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허리수술을 받았는데도 계속 아파요. 수술이 잘못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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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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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신경외과 전문의 부천21세기병원장
허리수술을 받았는데도 계속 아프다. 수술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 전문의를 통해 상당할 필요가 있다.
허리수술을 받았는데도 계속 아프다. 수술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 전문의를 통해 상당할 필요가 있다.

[의학상식] 신경손상 (nerve injury)의 위험징후 ( Red flag sign )
팔이 무거운 돌에 깔려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돌을 치우면 원인은 해결이 되지만, 팔에는 상처가 나있게 된다. 가벼운 찰과상일 수도 있고, 심한 경우 뼈가 드러날 정도로 피부 및 연조직이 손상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돌을 치워주고 난 후 손상된 조직이 회복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신경이 디스크나 협착증에 이해서 심하게 눌려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신경자체의 큰 손상이 없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 후에 통증은 깨끗하게 좋아질 것이고, 신경 손상이 있다면 그만큼의 잔여통증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잔여통증은 시간과 함께 신경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점차로 가라앉게 된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이 손상이 되게 되면 운동신경마비나 통증이 장애로 남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들게 될 것이다. 디스크 질환은 수술 없이 관리하는 치료, 즉 비수술적 보존치료요법을 시행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가 신경손상이 진행되어서 후유장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경외과의사는 환자 추적관찰 시에 신경손상이 진행될 때 보이는 위험징후가 발생하지 않는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위험징후를 red flag sign이라고 부른다.

비수술적 보존치료를 받고 있는 척추질환 환자에서 다음과 같은 신경손상 위험징후(red flag sign)가 발생했을 때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척추 신경외과 전문의를 반드시 즉각 찾아가야 한다. 첫 째로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우.(발목이 올라가지 않는 족저하수, 팔을 들수가 없거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등)다. 둘 째로. 갑작스럽게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요의는 있는데 소변이 나오지 않아 방광이 팽창되고, 이후에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요실금처럼 소변이 세어나오는 경우)이다.

세번 째는 항문의 조임근육(sphincter)기능이 떨어진 경우 --> 대변을 보기가 힘들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항문의 조임근(sphincter)가 열려 변실금이 발생한다. 네번 째는 회음부의 감각 마비(Saddle anesthesia), 즉 항문과 성기 주변에 감각이 무디거나 마비되는 증상이다.

이 이외에도 악성종양(암)을 시사하는 위험증후등 여러 가지의 red flag sign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대표적인 척추질환에 대한 위험증후(red flag sign)만 소개했다.

상기 위험징후(red flag sign)가 보이는 경우 신경손상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sign이기 때문에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원인 질환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 근력 약화와 더불어 대소변 장에와 회음부 감각마비가 함께 발생한 경우 이를 마미총증후군(Cauda equina syndrome)이라고 부르며, 후유장해 없이 회복되기 위한 수술의 Golden time은 24시간이내, 늦어도 48시간 이내이다. 

마미총증후군 환자의 허리 MRI소견.[21세기부천병원 제공]
마미총증후군 환자의 허리 MRI소견.[21세기부천병원 제공]

디스크에 의한 신경근 압박으로 팔이나 다리의 방사통이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해진 경우도 상기 위험증후에 임박했다는 sign이기 때문에 이 또한 빠른 수술의 적응증으로 봐야한다. 통증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의 위험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이기 때문에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면 이는 신경이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여러 가지 비수술적인 치료의 발전으로 수술 없이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경 압박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위험증후가 없는 경우 대개 비수술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상기 위험증후(red flag sign)가 없는 경우에도 비수술적인 보존치료의 기간은 보통 3개월을 권장한다. 3개월간 비수술적 보존치료를 받았는데도 호전 반응이 없거나 악화 양상을 보이는 경우 시간을 더 끌게 되면 신경 손상이 발생할 위험성과 이로 인한 후유 장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 뿐 아니라, 대부분의 말초신경 질환에 대해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다. 물론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도 신경외과 전문의의 판독 결과 신경 손상의 위험이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비수술적 보존치료를 지속해도 무방하다.

진료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 중에 디스크에 의한 하지 방사통과 족저하수(발목 마비)가 발생하고 몇 년, 길게는 20~30년 이상 지난 후에 병원을 찾아오셔서 ‘오랫동안 버텨왔는데 이제는 수술을 받아 보려고 합니다. 수술 받으면 발목 다시 움직일 수 있지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이미 신경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수술이 의미가 없다는 말씀을 드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생각보다 많이 겪게 된다. 운동신경마비 없이 통증만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신경 손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어 있다면, 수술을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전영훈 신경외과 전문의 부천21세기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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