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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 월수입 1백만 원 ↓··· 빚 버티다 결국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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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 월수입 1백만 원 ↓··· 빚 버티다 결국 폐업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10.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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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고물가, 고금리, 고임금의 ‘신삼고(新三高)’에 시달리면서 수익이 줄고 빚으로 겨우겨우 연명해오다 내수 장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폐업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 수가 지난 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해 오다 지난 8월 겨우 2만 4천 명이 늘어났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자영업자 수는 574만5천 명으로 지난해 8월 578만 3,000명보다 3만 8,000명이나 감소한 가운데 다행히 올해 7월 572만 1,000명보다 2만 4,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꼴로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 것으로 나타나 최저생계비(4인 기준 약 183만 원)에도 못 미치는 상태라는 것이다. 지난 9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분 1,146만 4,368건 가운데 무려 75.1%인 860만 9,018건이 월 소득 100만 원(연 1,200만 원) 미만이었다. 이 중 소득이 전혀 없다는 ‘소득 0원’ 신고분도 8.2%인 94만 4,250건으로, 무려 100만 건에 육박하는 규모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매년 빠르게 불어나는 상황이다. 연 소득 1,200만 원 미만의 신고분은 2019년 610만 8,751건, 2020년 661만 2,915건, 2021년 794만 7,028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소득 0원’ 신고도 2019년 64만 9,016건, 2020년 78만 363건, 2021년 83만 1,301건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개인사업자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택배 기사·학습지 교사·배달 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따라서 자영업 위기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게다가 개인사업자는 회계감사 의무가 없어 신고액을 적게 신고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저소득 개인사업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2019년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개인사업자가 610만 8,751명이었는데 2022년에는 860만 9,018명으로 불과 3년 만에 40.9% 넘게 증가했다. 1인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겨우 본인의 인건비 정도를 챙기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내수 부진에,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자영업자 상당수가 임금근로자에서 밀려나 창업을 선택한 생계형인 경우가 많은데다 높은 임대료와 대형 플랫폼 기업까지 과다 수수료·배달료 등으로 압박하는 구조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2차 베이비붐(1965~1974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자영업 위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국내 자영업 비율은 2000년 27.8%에서 올 6월 19.7%까지 떨어졌지만, 미국(2022년 6.6%), 일본(9.6%), 캐나다(7.2%), 독일(8.7%)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것은 기업 구조 조정 등으로 40~50대들이 조기에 직장을 떠나거나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05만명이 은퇴하면서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자영업자의 인구 구성을 들여다보면 60대 이상 고령층 비율이 37.3%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50대로 27.4% 순이다. 2000년만 해도 30~40대가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자영업자 3명 중 2명꼴로 50대 이상 장·노년층이다. 제한된 내수 시장에서 준비 없이 의욕만 가지고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에 뛰어들어 낮은 수익률에 출혈 경쟁을 벌이며 빚으로 겨우겨우 버티다 결국은 폐업으로 내몰리는 구조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 국세청에 폐업 신고한 개인사업자 수는 91만 819명으로,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19년(85만 2,572명)보다도 많았다. 이것으로도 끝이 아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매년 평균 930명에 달한다;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것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에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택지가 좁다는 의미다. 50·60대 자영업자 비중이 커진 것이 방증(傍證)이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며 지난해 ‘노란 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건수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11만 15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이렇듯 건수가 증가하며 공제금 지급액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액 규모는 2020년 7,300억 원, 2021년 9,000억 원, 2022년 9,700억 원, 지난해는 1조 2,600억 원에 이르는 등 꾸준한 오름세다. 지난 7월 말 기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 대신 갚은 은행 빚이 1조4천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9% 증가한 규모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4,303억 원에서 2022년 5,076억 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1조 7,126억 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대위변제란 소상공인이 갚지 못한 은행 빚을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는 것으로 대위변제 건수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9만 8,186건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9.3% 증가했다. 2021년 2만 2,000건에서 2022년 3만 1,000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1만 2,000건까지 급증했다. 폐업 소상공인도 계속 늘어 그 기간에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이 8,881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4% 늘었다.

올해부터 전체 인구의 18.6%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64만 명이 차례로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 그에 비례해 고령의 저소득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가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3일 하반기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 자영업자들의 재기 지원 방안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영 안정화, 경영 효율화를 실현하려면 현금 지원 같은 임시방편, 단기적 유동성 지원 그 이상이어야 할 것은 의당 마땅하다. 폐업 기로(岐路)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 부담을 덜어주고 전기료·배달비 같은 고정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자영업자들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자영업 안에서도 빈부가 나뉘고, 다양한 자영업의 특성상 구성원들이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다 보니 정치권이나 정부도 심각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며 그러다 보니 상황판단의 긴장감이 누그러지고 안이해지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전직(轉職) 재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일자리 마련 등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자영업자나 예비창업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과 함께 AI·로봇의 일상화에 따른 구조적 개선 등을 염두에 둔 정교한 맞춤형 정책이 무엇보다 화급하다. 임금근로자가 생계형 창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등 실효적인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검토해야 한다. 창업 시 충분히 준비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예비창업자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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