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년 대통령 참석 임시개방 행사, 수의계약 가능한 ‘긴급한 행사’로 취급, 2~10억 지출
사업비 1억원 미만 공사 무더기 수의계약…복기왕 “충분한 사전계획 없이 땜질식 사업 추진 증거”
최근 3년간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맞춰 추진돼온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목적으로 체결된 민간 위탁 용역사업의 약 66%가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어린이정원 개방 시기를 직접 언급하면서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땜질식 계약이 남발됐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아산시갑)이 LH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부터 2024년 올해까지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관련 공사나 개방 행사 등을 추진하기 위해 체결된 용역계약 총 187개 중 123개가 수의계약을 통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 수의계약 비중을 살펴보면, 2022년에는 전체 61개 계약업체 중 45개(73.8%), 2023년 80개 중 46개(57.5%), 2024년 46개 중 32개(69.6%) 업체가 입찰 경쟁 없이 각종 설계 및 공사, 행사 개최 등을 집행했다.
전체 사업의 연간 집행한 위탁사업비 총액 가운데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연도별 수의계약 건의 계약금액 합계는 2022년 전체 용역사업비 204억 3천700만 원 중 32억 8천500만 원, 2023년 379억 2천400만 원 중 13억 2천900만 원, 2024년 9월까지 197억 7천900만 원 중 5억 원으로 모두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의계약 금액이 적은 사업이 매년 수십 건씩 발생했다는 점에 있다는 점이다.
LH가 제시한 수의계약 체결 근거 중에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제1항5호 가목에 해당하는 ‘계약의 목적·성질 등에 비추어 경쟁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4억원 이하 건설공사 또는 2억 원 이하 전문공사 등’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의계약 건별 사업비를 들여다보면 187개 계약 가운데 115건이 1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비교적 소규모 공사나 설계 등으로 파악됐다. 이는 쪼개기 수의계약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용역계약금이 1억원을 초과하는 건도 있었는데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개최된 ‘용산공원 시범개방 행사 대행용역’이 이에 해당한다.
긴급한 행사 지원을 명목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A업체는 2022년 6월 20일부터 7월 14일까지 10억 2천673만 원짜리 사업을 집행했다. 같은 해 용산공원 시범개방을 위한 안전‧편의성 보완 및 운영용역, 용산공원 시범개방 환경정비 공사, 지역주민 어울림행사(가칭) 대행에도 각 3억 2천만원, 3억 1천만원, 2억 7천만원 가량이 쓰였다.
이듬해인 2023년에도 임시개방행사 지원을 목적으로 B업체가 1억 9천76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C건축사사무소는 기존 미군 학교용지 내 시설 해체공사 감리 용역을 위해 1억 2천200만 원짜리 수의계약을 맺었다.
LH는 앞서 언급된 임시개방행사 지원 계약들에 대해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규정한 ‘긴급한 행사’로써 수의계약이 가능한 경우로 판단하여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으로하여금 계약 체결 시 일반경쟁에 부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계약의 목적과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 경우를 단서로써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일례로 LH는 기존 신도시 조성에 필요한 공원 또는 정원 조성을 위한 설계 등의 용역계약 32건은 예외없이 경쟁입찰 또는 공모를 통해 집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옛 판교 신도시나 최근 아산 배방 택지 내 근린공원 조성사업은 각 사업비 5,900만원, 5억 5,600만원 상당으로 용산어린이정원 조성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음에도 모두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를 두고, 복기왕 의원은 “2022년 5월 미군으로부터 용산기지 부지 일부를 반환받은 뒤 사업계획을 면밀히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위탁사업을 도맡은 LH가 무더기 수의계약을 남발하며 땜질식으로 어린이정원을 조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지적햇다.
그러면서 “미군으로부터 어렵게 반환받은 부지에 LH가 밑그림 그릴 새도 없이 색칠부터 해야 했기에 그동안 지켜오던 원칙과 관례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복 의원은 “법이 정한 것처럼 국가계약은 경쟁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고, 이를 통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사업의 완성도 또한 보장될 수 있다”며 LH가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고 위탁 업무를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매일신문] 대전/ 정은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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