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만큼 아름답고 인간의 욕망을 빼닮은 꽃은 없다. 지구상 단일 꽃 중 형태별 개체수가 가장 많고 색깔도 가장 많다. 광범위한 토양에 쉽게 적응하고 삽목(꺽꽂이)과 접이 가능하며 변이를 통한 조합도 무한하다.
장미는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상록관목의 총칭이다. 본초강목에서 장미는 ‘담에 기대어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풀이되어 있다. 장미는 일반적으로 세계의 여러 장미를 원종(야생종)으로 하여 10세기 전후 개량해 관상용(원예종)이 되었다.
장미의 원종은 주로 북반구에 분포하고 있다. 인류와 함께한 장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중국이나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는 B.C 3,000년경, 유럽에는 B.C 2,000년경으로 전해진다. 18세기 말에 유럽과 아시아 원종 간의 교배가 이루어져 화색이나 화형은 물론 사계성(四季性)이나 개화성(開花性) 등 생태적으로 변화가 많은 품종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세기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서양 장미가 들어왔다. 이후 다채로운 재래종과 원예종의 장미를 재배하고 관상하게 되었다. 상당수의 장미는 이미 우리나라 들과 야산에 자생하던 찔레꽃을 접목해 만든 품종이 많다. 18세기 이전의 장미를 고대장미(old rose), 19세기 이후의 장미를 현대장미(modern rose)라 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만 5천여 종이 개발되었다. 현존하는 것은 5∼7천 종이며, 해마다 200종 이상의 새 품종이 개발된다.
장미는 화려하고, 화형·색감·향기가 좋아 주로 절화(折花)로 기념일, 행사용 등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 웨딩용 부케로 빠지지 않은 꽃이다. 이 외에 조각이나 문양, 일러스트 소재로도 사랑받는 대표적인 꽃이다. 증기나 용매로 추출하여 향료(장미향)로 사용되고, 꽃잎은 차로도 쓰인다. 튀르키예는 장미꽃잎에 설탕을 넣고 끓여 잼을 만들어 먹는다. 로쿰과 페르시안 러브 케이크에 장미꽃잎을 넣는다. 중국은 월계화 열매로 국을 끓여 먹는다. 우리나라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봄날에 장미꽃을 따다가 떡을 만들어 기름에 지져 먹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장미는 온대성으로 햇빛(光)을 매우 좋아한다. 적정생육온도는 24∼27℃이고, 야간 온도는 15∼18℃이다. 30℃ 이상이 되면 꽃이 작아지고 꽃잎 수가 줄어들어 퇴색하고 잎이 작아지며 엽색이 진해진다. 5℃ 정도에서는 생육이 정지되고 0℃ 이하가 되면 낙엽이 지면서 휴면에 들어간다. 햇빛이 3∼5만 lux 되어야 좋다. 물 빠짐이 좋고 비옥한 사양토나 양토에서 잘 자란다. 산도는 pH6.0∼6.5가 적당하다. 장미의 아접묘(牙椄苗)는 12∼3월, 절접묘(切椄苗)는 3∼4월에 심는다. 정식 본 수는 보통 70∼80cm 이랑에 2줄 심는다. 주간은 20∼40cm 정도로 하고 정식 후 이랑은 짚이나 퇴비 또는 반사 필름으로 멀칭해 주면 건조와 잡초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장미의 높이는 2∼3m이며 잎은 어긋나고 깃 모양으로 보통 홀수 깃꼴겹잎을 이루지만 홑잎인 것도 있으며, 턱잎이 있다. 5∼월에 담홍색, 담자색, 흰색 등의 꽃이 핀다. 줄기 끝에 산방(繖房)꽃차례로 피며, 홑꽃은 꽃잎이 5개지만 홑꽃 이외에 겹꽃, 반겹꽃을 이루는 것이 많다. 장미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가시다. 개량품종에는 가시가 없는 종들도 있긴 하다.
장미꽃은 색마다 꽃말이 있고, 몇 송이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붉은 장미는 사랑·아름다움·용기·존경·열망·열정, 주황색 장미는 고백·수줍음·욕망·열광·매료, 노란 장미는 기쁨·우정·배신·환영·집착·이별, 하얀 장미는 순수·결백·젊음·영성·숭배란 뜻을 준다. 또 몇 송이냐에 따라 그럴듯한 말이 있다. ‘1송이는 첫눈에 반했습니다. 2송이는 이 세계에는 당신과 저뿐입니다. 4송이는 죽을 때까지 이 마음 변치 않습니다. 100송이는 100%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장미는 로망스와 사랑, 아름다움, 환희의 상징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서 사랑받는 독보적인 존재다. 고대 로마 시절에는 도금양(桃金娘)과 함께 비너스(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꽃이었고, 기독교 이후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우리나라 국민도 모두가 좋아하는 꽃 순위 1위이다. 꽃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수 천 년 전부터 받아왔기에 우리는 여전히 그 꽃에 매년 열광한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지금. 담장 가득 붉은 빛이 선명한 5월 장미가 그리워진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재서 과천시 우리화훼종묘 대표·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