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사형수 감형을 검토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형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적극적인 사형 찬성론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 대규모 사형 집행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현지 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형수들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형 결정은 올해 성탄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감형 대상은 모든 사형수를 포함할지 아니면 죄질이 나쁜 범죄자는 제외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은 혐오 범죄나 테러 범죄를 저지른 일부 사형수들은 제외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의 미결 사형수는 40명이며, 갈랜드 장관의 제안이 수용될 경우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 난사범 로버트 바워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교회 총기 난사범 딜런 루프 등이 감형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면 다수의 미성년자나 여성, 이민자 등을 살해하고 납치한 다른 사형수들은 종신형으로 감형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거나 사형 제도를 운영하는 주에 철폐를 권고하지는 않았다. 또 임기 중 단 한 건의 사형 집행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종종 중대 범죄자들에 대해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이번 감형 검토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인권 단체 등 각계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형수들을 감형할 것을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8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일 정오 기도에서 미국의 사형수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들어 여러 차례 사면권을 행사했다. 이달 1일에는 총기 소지와 탈세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아들 헌터 바이든을 사면했으며, 12일에는 39명에 대한 사면과 약 1천500명에 대한 감형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단 하루에 이루어진 사면 및 감형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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