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보조금을 약 26%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 시간) 반도체 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47억 4천500만 달러(약 6조 9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예비 거래 각서(PMT)에 서명할 때 발표한 64억 달러(약 9조 2천억 원)에 비해 약 26% 감액된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투자 금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13%로 TSMC, 인텔, 마이크론 등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삭감 규모로 보면 다른 지급 대상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큰 편이다. 대만 TSMC는 66억 달러, 미국 마이크론은 61억 6천500만 달러를 각각 보조금으로 받게 되었는데 두 기업은 예비 거래 각서 단계와 거의 차이가 없다. 또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보조금은 예비 각서 단계(85억 달러)에 비해 소폭 줄어든 78억 6천만 달러로 최종 확정되었는데 감액 폭이 삼성보다는 적다.
이번 보조금 감액은 삼성의 투자 규모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상무부는 보조금이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롭게 들어설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조 공장 두 곳과 연구 개발 시설, 텍사스주 오스틴의 기존 생산 설비 확장 등에 쓰일 삼성의 370억 달러 넘는 대미 투자를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이 액수는 4월 PMT 서명 단계에 비해 약 16%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PMT 서명 당시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투자 대상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44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환경과 해당 기업의 투자 범위에 맞춰 변경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삼성에 대한 보조금 감액 배경에 대해 "시장 환경과 해당 기업의 투자 범위에 맞춰 변경했다"라고 설명했으며 삼성 측은 "우리의 중기, 장기 투자 계획은 전반적인 투자 효율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조정을 거쳐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금액의 감소 폭(약 16%)보다 보조금 감소 폭(26%)이 큰 배경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는 예비 각서 단계 때 보조금 지급 대상이라고 봤던 투자 내용들이 상무부 실사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는 지급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을 수도 있다고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무부는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삼성에 대한 이번 보조금 액수가 예비 거래 각서 서명과 부처 차원의 실사 완료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혀 감액 결정에 실사 결과가 반영됐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따른 보조금 대부분의 실제 지급은 결국 트럼프 행정부 임기(2025년 1월 - 2029년 1월) 중에 투자 집행 진척 정도에 맞춰 이뤄진다는 점은 앞으로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hj_lee@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