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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졸속인가, 정당한 절차인가: 탄핵소추 논란과 민주주의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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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졸속인가, 정당한 절차인가: 탄핵소추 논란과 민주주의의 시험대
  • 곡성/ 김영주기자
  • 승인 2025.01.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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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기자(전남 곡성담당)

지난 3일,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정치권은 극심한 대립 국면에 들어섰다. 국민의힘은 이를 "졸속 탄핵"으로 규정하며 국회가 탄핵소추문을 재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탄핵은 형사 재판이 아닌 헌법 재판"이라며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전 대변인은 내란죄 철회에 대해 "탄핵 사유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국회 통과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를 절차적 하자로 지적했다. 특히 내란죄는 이번 탄핵 소추안의 핵심 사안으로, 이를 제외한 탄핵 심판은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가 내란죄를 배제한 결정을 내릴 경우 탄핵안 재의결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란죄 철회를 "찐빵 없는 찐빵"이라 비유하며 핵심 사유가 빠진 탄핵소추는 본질을 잃은 졸속 처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소추안에서도 내란죄가 핵심 사유였음을 강조하며 이를 제외한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과거 발언은 이러한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 원내대표는 "헌법 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니다"라며 헌법 위반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지적한 민주당은 그의 현재 주장을 "기억 상실"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심리 일정 역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헌재는 국민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14일부터 다섯 차례의 변론기일을 일괄 지정하며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피청구인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변론 일정을 정한 것은 방어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헌재의 신속한 판단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 정당성은 국민적 의구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정치권과 헌법기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이라는 중대한 과정에서 절차와 내용은 충분히 철저하고 투명했는가? 국민의힘이 지적한 대로 내란죄 철회가 졸속 처리라면 이는 국회가 반성해야 할 문제다. 반면,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면 이는 헌법 재판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탄핵은 단순히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심판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본과 법치주의를 시험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탄핵 절차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또 다른 정치적 갈등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결과로 비칠 위험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헌재는 이번 사안을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오직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엄정히 판단해야 한다. 정치적 외압과 편향성 논란을 피하고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정치권은 탄핵이라는 칼이 국민의 신뢰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칼이 흔들릴 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한다.

탄핵은 국민적 분열이 아닌 통합을 이끄는 결정이어야 한다. 이제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 법치와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전국매일신문] 김영주기자(전남 곡성담당)
0joo-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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